지지부진하던 대구 남구 캠프워커 내 H-805 헬기장 이전 사업이 연내로 가시화(본지 13일자 2면 보도)하면서 이 부지에 대한 개발사업이 본격 궤도에 오른다. 미군 기지가 들어선 지 59년, 1995년 부지 이전에 관한 대미 협상이 시작된 지 14년 만이다. 오랜 피해에 원망만 쌓아왔던 지역 주민들의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이번 협상에 따라 동쪽 활주로 부지가 먼저 반환될 경우 중동교에서 영대병원네거리 남쪽으로 이어지는 폭 40m의 도로(3차 순환선) 공사가 이르면 올해 안에 착수될 전망이다. 활주로 반환시 1.45㎞의 미개통 구간(전체 5.4%) 가운데 절반 정도 길이의 도로 건설이 가능하다. 이 구간 미개통으로 체증을 빚어온 3차 순환선의 숨통을 틔우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활주로가 이전하면 개발 고도제한 완화 등으로 인해 주변 미개발 지역의 개발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남구청에 따르면 헬기장 북편 지역은 현재 거리에 따라 0~14.63m까지 개발 고도가 제한돼 있다. 헬기 이착륙 소음으로 인해 개발의 매력이 떨어진 헬기장 주변 지역에는 오래된 단층 주택들만 복잡하게 자리 잡고 있다. 헬기장이 떠나면 비행구역 너머 근린상업지구에는 19.8m까지 건물을 올릴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수십 년 동안 재산권 행사 피해가 제한되고 소음 등 각종 불편에 시달렸던 인근 대명5동, 봉덕3동 주민들의 개발 기대감도 부풀어가고 있다.
주민 이모(45)씨는 "미군기지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일대가 완전히 황폐화했고 헬기장 소음에 도로 우회 등 불편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며 "개발이 안 돼서 이사 오려는 사람도 없었는데 참 잘 된 일"이라고 반겼다. 정모(70·여)씨는 "봉덕동에서 20년 넘게 살면서 소음 때문에 큰 피해를 봤다. 주민들끼리 만나면 '올해는 꼭 옮겨가겠지'라며 위안을 삼았는데 이왕 결정난 만큼 이번에는 틀림없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번 기회에 남구지역 세 곳의 미군기지 이전 협상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미군기지 반환운동을 하고 있는 봉덕동 주민 차태봉(69)씨는 "수십 년 동안 겪어온 주민들의 피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헬기장 이전으로 그칠 게 아니라 미군부대 전체의 이전 협상도 조속히 타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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