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안경테 원산지 위반 왜 숙지지 않나

소비자들 외제 고가 유명브랜드 선호 한몫

대구세관에 압수된 원산지 위반 표시 안경 제품들. 대구세관제공
대구세관에 압수된 원산지 위반 표시 안경 제품들. 대구세관제공

대구 안경산업은 국내 안경테 및 부품의 90% 정도를 생산하고, 전국 안경테 수출의 약 90%를 차지할 정도로 대표적인 지역특화산업이다. 제품 수준도 중·고가품 위주로 바뀌고 있고, 세계 최고 수준에 근접하는 제품도 잇따라 나오면서 지역 안경테산업에 일대 전기가 마련되고 있다.

하지만 값싼 저질 중국산 안경테가 일본 이탈리아 등 고가품으로 둔갑해 팔리는 바람에 지역 안경테 산업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자칫하다가는 수출 증가 등으로 이제 경쟁력을 갖추기 시작한 지역안경테 산업이 근본부터 흔들릴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구본부세관은 올해 3월부터 3개월간 중국산 안경테 원산지표시위반 단속을 실시해 40만개(소비자가격 500억원 상당)를 적발했다. 이미 2006∼2008년에도 11개 업체 65만개(소비자가격 800억원 상당)를 원산지 위반으로 단속한 사례도 있어 원산지위반 건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음을 잘 증명해 준다.

◆원산지 위반이 성행하는 이유는=무엇보다 국내 소비자들이 유명 브랜드를 선호하고, 소매점에서의 판매 마진도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조차 원산지를 잘 알 수 없을 정도로 위조 기술이 정교해지는 것도 한 몫을 하고 있다.

대구시내 한 안경원 관계자는 "국내 소비자들이 외제 명품을 선호, 30만∼40만원대 고가 제품들이 잘 팔린다. 원산지를 속이면 이익률이 엄청 높아지기 때문에 유혹을 많이 받는다"고 털어놨다.

손진영 (재)한국안경산업지원센터장은 "우리나라 안경테 유통경로가 세계에서 유일하게 제조업체→유통업체(도매상)→소매상 구조를 갖고, 나중에 돈을 받는 위탁판매(외상판매)를 하고 있어 자금 순환이 잘 안되는 유통업체들 중에는 원산지 위반이나 '짝퉁' 판매의 유혹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단속이후 후폭풍=대구 시내 한 안경원 관계자는 "대구세관이 원산지 위반 수입업자를 적발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소비자들의 눈초리가 따갑다"고 했다.

또다른 국산제품 취급 안경원 주인은 "이번에 적발된 업자들은 수도권에 주소지를 두고 판매도 주로 수도권에서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대구세관이 단속을 하다보니 마치 대구에서 판매된 것으로 오인받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박진억 한국안경산업지원센터 정보사업팀장은 "값싼 중국산을 이탈리아나 일본산으로 둔갑시켜 판매해 폭리를 취하면 국내 안경산업에 대한 불신이 가중되고 지역 업계가 어려움을 겪는다. 국내 안경테 산업의 보호와 소비자들에게 올바른 선택권을 주기 위해서는 보다 지속적이고 강력한 불법 수입제품 단속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구본부세관 이종무 조사과장은 "수입한 업자는 물론 이를 판매한 업체에 대한 단속이 계속 강화될 것"이라고 전했다.

◆유통질서를 바로 잡으려면=무엇보다 수입 안경과 선글라스 등을 판매하는 안경원들의 양심이 필요하다. 국산은 국산으로, 외국산은 외국산대로 일정 마진을 붙여 판매하면 된다.

안경테 유통구조도 개선이 필요하다. 제조업체들이 유통업체를 통해 안경원 등에 먼저 외상으로 위탁판매를 의뢰한 후 팔리면 대금을 회수하는 구조로 인해 적게는 20억원, 많게는 100억원 이상의 외상대금이 깔려 있다. 이 때문에 자금회전이 제때 안되고 결국 덤핑이나 원산지를 속이는 일이 벌어진다는 것.

소비자들의 유명 브랜드에 대한 인식변화도 필요하다는 지적. 최근 한국산 제품의 품질이 이미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해있는데도 모조건 해외 명품을 선호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손진영 한국안경산업지원센터장은 "중국산 등 값싼 불량품의 유통으로 인한 소비자들의 피해를 방지하고, 가짜 제품의 대량 유통 방지를 위해서는 품질인증제나 유통이력관리제 도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김진만기자 fact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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