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나들이콜 택시' 불편을 싣고 …

장애인 배려차량이 되레 승차거부 속출…신청자도 절반만 이용 가능

18일 오전 대구 북구 태전동에서 한 노약자가 나드리콜 택시를 이용하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18일 오전 대구 북구 태전동에서 한 노약자가 나드리콜 택시를 이용하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지체장애인 A(66·여·지체장애 5급)씨는 얼마 전 '나드리콜 택시'를 이용하려다 시비가 붙어 경찰서로 가야 했다. 이른 새벽 모임을 마치고 귀가하기 위해 나드리콜을 불렀지만, 기사는 '태워줄 수 없다'고 대답했다. 수년 전 척추를 다쳤고, 의사 소견서까지 첨부해 나드리콜 이용 등록을 했다고 했지만, 기사는 요지부동이었다. A씨가 겉으로 보기에 거동할 수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결국 A씨와 택시기사 사이에 험한 말이 오갔고, 경찰 순찰차를 타고 집으로 가야했다. A씨는 "앞으로도 나드리콜 택시를 자주 이용해야 하는데 이런 꼴을 당하고 보니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걱정했다.

◆하염없이 기다려야=대구시가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 등 교통 약자의 '편한 발'을 만든다며 도입한 이동지원센터 '나드리콜 택시'가 '불편한 발'로 전락하고 있다. 지나치게 긴 대기시간과 일부 운전기사의 자질 부족 등으로 이용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나드리콜 이용 신청을 해도 1시간 가까이 기다려야 하는데다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잖다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또 일부 운전기사의 난폭운전과 승차거부 등을 경험했다는 이들도 속출하고 있다.

나드리콜을 위탁운영하는 대구시설관리공단에 따르면 나드리콜 이용을 등록한 장애인은 3천여명에 이른다. 나드리콜 이용을 신청하는 장애인은 하루 평균 600명에 이르지만 실제 차를 이용하는 장애인은 하루 최대 350명(58.3%)으로 절반을 조금 넘는다. 이는 대구시가 보유한 나드리콜 차량이 30대에 불과한 탓이다. 이용 등록 장애인이 3천여명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100명당 1대꼴로 배차가 되는 셈. 인구 100만명 이상 도시일 경우 정부가 정한 적정 운영 대수(80대)에도 턱없이 모자란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용하기 1, 2시간 전부터 예약해도 1시간 이상 기다려야 하는 일이 다반사다. 시각장애 1급인 이모(56)씨는 "복지관에 가기 위해 오전에 나드리콜을 신청하면 1시간은 족히 기다려야 한다"며 생색만 내는 "교통 약자 배려 정책"이라고 불평했다.

◆폭언이나 승차거부도 적잖아=나드리콜 차량의 운행 시간이 불합리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간대별로 운행시간을 조정하면서 이용자가 많은 오전보다 오후에 더 많은 차량이 배차된다는 것. 나드리콜은 오전 7시~오후 4시, 오전 9시~오후 6시, 오후 1시~오후 10시까지 각각 10대씩 운영하고 있다. 따라서 오후 1시~오후 4시까지는 30대가 모두 운행되지만 이용자가 많은 오전에는 10~20대만 이용이 가능하다. 특히 오후 10시 이후에는 단 1대만 운행하고 있다.

일부 나드리콜 운전기사들이 난폭운전이나 폭언, 승차거부 등을 한다는 불평도 잇따르고 있다. 멀쩡해 보인다며 위압적으로 장애인등록증을 보여줄 것을 요구하거나 난폭운전으로 이용자가 불안에 떨기도 한다는 것.

대구시는 올해 추경예산 17억원을 편성해 차량 20대를 더 구입할 계획을 세웠지만 여의치 않은 상태다. 2011년까지 전용차량 80대를 확보한다는 계획도 불투명해 국비 지원에 목을 매고 있다. 시 관계자는 "장애인인 척하며 차를 타려는 이들이 있어 차량기사가 본인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분란이 생긴 경우도 있다"며 "자질이 부족한 일부 운전기사에 대해 특별 교육을 하고 봉사 마인드를 키우기 위해 주기적인 교육을 하겠다"고 해명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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