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日 극단 '시키' 다나카 이사 대구 강연

"스타 배우 없어도 성공 가능"

"'시키(四季)'에는 기본적으로 스타가 필요 없습니다. 시키는 이미 20년 전에 스타를 이용한 마케팅을 버렸습니다."

일본 극단 '시키'의 다나카 코이치(田中浩一) 전무이사의 강연은 간결하고 단호했다. 브로드웨이마저 부러워하는 단일 극단으로는 세계 최고라는 '시키'의 자부심은 일본인 특유의 겸손함마저 잠시 잊어버리게 하는 듯했다.

다나카 이사는 16일 오후 (사)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주관으로 대구 디지털산업진흥원에서 열린 '세계 뮤지컬 시장을 움직이는 사람들' 강연에 참석, 극단 시키의 역사와 성공의 원동력을 소개했다. 1953년 창단된 시키는 도쿄, 요코하마, 나고야, 교토, 오사카 등 일본 내 10개 극장(1개는 내년 완공)을 가진 명실공히 최고의 극단. 특히 아시아 배우들에게는 꿈의 무대다.

좌익 성향 문학청년들의 평범한 연극극단이던 '시키'는 1963년 "전후(戰後) 어린이들에게 꿈을 심어 달라"는 기업의 요청 아래 도쿄에 330㎡(100평)짜리 연습실을 마련, 뮤지컬 전문 극단의 길을 걷는다.

1983년 '캣츠'를 장기흥행시키면서 크게 도약했다. 현재 '시키'는 매일 10~13개의 작품을 공연하고, 연매출 220억엔(한화 2천800억원)에 달하는 공연계의 비즈니스 모델이 됐다.

이런 '시키'의 성공 비결은 뭘까. '시키'는 제작과 마케팅, 홍보 등 전 과정을 내부에서 처리한다. 외주 작업이 없다. 이런 독특한 전략은 배우, 스태프 등이 각 분야에서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만들었다.

또 풍부한 다국적 배우의 층도 두텁다. 시키 유학생 중에는 한국인이 48명으로 중국인(38명)보다 더 많다. "한국 배우는 정말 노래를 잘 부릅니다. 춤은 너무 못 춰요. 반면에 중국 배우는 놀라울 정도로 춤을 잘 춥니다."

다나카 이사는 '시키' 55년 노하우의 결정체로 주저 없이 배우 훈련법을 꼽았다. 그는 "이것만 익히면 누구든 무대에 설 수 있습니다. 스타는 필요 없습니다. 관객들이 스타만 바라보니까요. 스타의 기질이 없더라도 관객과 호흡하는 훈련만 된다면 그가 '시키'의 스타입니다."

다나카 이사는 방법론의 3가지 핵심으로 '배우들이 작품을 문학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것' '연출자와 끊임없이 대화하는 것'을 꼽았다. 나머지 한 가지는 끝까지 공개하지 않았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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