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고반점'은 몽골요리를 잘하는 중국집이고 '복상사'는 은밀한 계곡 위에 자리한 절이다. '으악새'는 가을에 구슬피 우는 새(鳥)이고, '구제역'은 서울의 도축장 인근에 있는 지하철역이다. '설운도'는 눈이 많이 내리는 서해안의 섬이고, '삼학도'는 칼집에 鶴(학) 세 마리를 새긴 명검이다. '허장강'은 중국의 長江(장강) 지류이고, '배신자'는 코미디언 배일집의 여동생이다. '갈매기살'은 갈매기 고기이고, '붕어빵'은 붕어로 구운 빵이다.
이상은 사오정이 작성한 낱말풀이 시험 답안지이다. '沙悟淨'(사오정)이란 중국의 4대 奇書(기서) 중 하나인 西遊記(서유기)에 孫悟空(손오공) 猪八戒(저팔계)와 함께 등장하는 캐릭터. 한때 '말귀를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는 사람'으로 비유되면서 소위 '사오정 시리즈'가 세간을 풍미한 적이 있다.
다음의 유머도 사오정의 그런 엉뚱한 언행을 풍자하고 있다. 불경을 구하기 위해 기상천외한 고난도 마다하지 않고 서역(인도)으로 향하던 삼장법사가 제자들의 노고를 감안해 보름간씩 휴가를 줬다. 그러나 말썽 많은 제자들을 아주 놀릴 수만은 없어서 숙제를 냈다.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 모두가 여의봉을 3천번씩 돌리고, 백두산 호랑이의 코털을 뽑은 다음, 효녀 심청이와 무조건 하룻밤 사랑을 나누고 오라'는 숙제였다. 그런데 휴가 마지막날 손오공과 저팔계는 숙제를 다해서 검사까지 마쳤는데 사오정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삼장법사의 지시로 손오공과 저팔계가 사오정을 찾으러 구름을 타고 백두산까지 날아왔다. 어느 깊은 동굴에 속옷차림으로 비스듬히 드러누워 담배를 뻑뻑 피우고 있던 사오정에게 손오공이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었다. 사오정 하는 말이 "여의봉은 일찌감치 다 돌렸고, 백두산 호랑이와 사랑도 나누었으니, 이제 심청이 코털만 뽑아오면 된다"였다.
심청이 대신 난데없이 능욕을 당한 암호랑이는 사오정 뒤에 쭈그리고 앉아 울고 있었다. 과연 사오정이다. 이번에는 사오정과 손오공의 입사 면접시험장으로 자리를 옮겨본다. 꽤 많은 손오공이 먼저 시험장으로 들어갔다. 다음 차례의 사오정에게 시험정보를 알려주기 위해서였다.
다음은 면접관과 손오공의 문답 내용이다. 면접관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 누구지"-손오공 "이순신 장군입니다", 면접관 "그럼 임진왜란은 언제 일어났지"-손오공 "16세기 말입니다", 면접관 "UFO의 존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손오공 "과학적인 증거는 없으나 상당한 가능성이 있는 것 같습니다".
시험장에서 나온 손오공은 사오정에게 재빨리 정답을 가르쳐 주었다. 그런데 문제는 사오정이 시험장에 들어가자 면접관이 다른 질문을 해버린 것이다. 다음은 면접관과 사오정의 문답이다. 면접관 "이름이 뭐지"-사오정 "이순신 장군입니다", 면접관 "생년월일은"-사오정 "16세기 말입니다", 면접관 "자네 상태가 정상이 아닌 것 같은데…"-사오정 "과학적인 증거는 없으나 상당한 가능성이 있는 것 같습니다".
'20대의 태반이 실업자'라는 '이태백 시대'에 '45세가 정년'이라는 '사오정 시절'에 모처럼 취직 기회의 마지막 관문인 면접시험을 이토록 엉터리로 본 우리의 사오정이 참으로 딱하다.
사오정 시리즈가 폭발적으로 유행했던 사회적 배경에는 IMF 구제금융이란 미증유의 경제난과 인터넷의 등장과 함께 급격하게 열린 정보화시대가 자리하고 있었다. 이래저래 적응이 어려웠던 국민들은 이런 우스갯소리를 통해 답답한 심사를 달랬던 것이다.
어설픈 국가경영에서 비롯된 환란(換亂)의 후폭풍으로 실의에 빠진 국민들에게 작은 희망의 메시지조차 전하지 못하는 정치인에 대한 불신과, 인터넷의 출현에 따른 세대 간 의사소통 부재가 낳은 유머인 것이다.
어려운 상황에서 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했던 정치판에 대한 풍자와 함께 컴퓨터를 통한 인터넷이라는 신종 정보교류의 장이 열리면서 디지털세대와 아날로그 세대 간의 의사소통 단절의 상황을 시사하는 것이기도 하다. 하기야 서유기라는 작품 자체가 문학적으로 현실세계의 추악함과 통치계급의 타락상에 대한 통쾌한 해학과 신랄한 풍자를 담고 있지 않은가. 小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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