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살아가는 이야기)"공부해도 안되는 걸 어떡하라고요"

가만히 생각해 보면 나도 그때 아이들보다 빠르게 중1, 2학년 정도에 사춘기가 시작되었던 것 같다. 이유 없이 반항을 하면서 말도 안 되는 소리로 부모님 속을 애태우게 했던 적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지금 우리 아들이 그런 시기를 맞이한 것 같다.

얼마 전에 중간고사를 보고는 수학시험을 못 쳤다고 화를 내며 짜증을 부리는 것이다.

나는 시험 못 쳤다고 야단치는 스타일은 아닌데도 아들은 스스로 화를 내면서 계속 투덜거리다 시험지를 구겨버리고 나중에는 찢어버린 뒤 쓰레기통에 던지는 것이었다. 보다 못한 내가 "야, 이 녀석아! 수학시험 못 친 것이 뭐 그리 큰일이라고 그렇게 하냐. 못 쳤으면 나중에 더 노력해야지. 그렇게 한다고 되돌려지냐?"라며 큰소리를 쳤다.

그랬더니 "나한텐 큰 거야. 공부할 만큼 했는데 이렇게 못 쳤는데 어쩌라고요?"하면서 되레 큰소리를 치는 것이었다.

"야, 이 녀석아! 그만 일로 절망을 하면 인생은 어떻게 살래?"라고 했더니 아들은 "그럼, 인생 포기 할래요"하며 집을 나가버리는 것이었다. 순진하기만 하고 엄마 말이라면 수긍을 잘해 주던 아이가 난데없이 그렇게 처음으로 집을 나가 버린 것이다.

순간, 띵! 뭔가 전율이 흘렸다. 잡으면 버릇이 더 나빠질 것 같아 그냥 조금 있다 오겠지 했는데 5분이 지나고 10분이 흘렀는데도 아이는 들어오지 않았다. 떨리는 다리로 아이를 찾아 계단을 걸어 내려갔다. 마음속으로는 '무사하기만 하다면 뭐든 용서하고 이해해 줄게'를 외치면서 14층에서 1층으로 계단과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르락내리락하다가 집으로 돌아오니 아이가 있었다.

큰 종이에 굵은 펜으로 '어머니 정말 죄송해요. 앞으로는 잘 할게요'라고 적어서 들고 현관문 앞에서 겁먹은 표정으로 울고 있었다. 순간 나도 눈물이 나서 아들을 부둥켜안고 울었다. 마음속에 밀물처럼 밀려왔던 화나고 당황한 감정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것을 느끼면서 한참을 부둥켜안고 울고 또 울었다.

한순간 마음 고생은 했지만 나를 깨우치게 해주었던 아들. 중학생이 되어서도 어린 초등학생처럼 순순히 엄마 말이라면 '예스'만을 외쳐 줄 것 같은 순수했던 아이의 첫 반항은 커가고 있다는 외침이었던 것 같았다.

그런 시절을 겪었는데도 불구하고 못 참아주고 인내를 못해 준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고 좀 더 인내하고 기다리면 아들은 사춘기를 잘 극복하리라 기대한다.

김오연(대구 달서구 이곡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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