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아홉살 때의 일입니다. 여자친구는 대구에, 난 경산에 살았고 그날은 우리 커플의 기념일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날 여자친구의 집에 일이 생겼고 설레는 기념일임에도 불구하고 우린 만나지를 못했습니다. 투덜대고 있던 나는 부모님이 여행가셔서 빈 집인 친구 집에서 호기심에 술을 마시기 시작했습니다. 술을 처음 마셔본 우리는 모두 얼굴이 벌게지고, 방바닥에서 부침개를 굽는 친구와, 밖에 신발은 있는데 말도 없이 사라지는 친구가 하나 둘 생길 때였습니다. 처음 마셔본 술로 기분 좋게 취기가 오르자 나는 여자친구가 보고 싶어져 친구 집에 있던 자전거를 타고 공중전화 부스에 갔습니다.
0시 30분 경 공중전화 부스에서 여자친구와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공중전화 부스 옆에 빨간색 마티즈 한 대가 급정거를 하더니 운전석에 있던 사람이 차에서 내려서 차는 그대로 세워둔 채 어두운 곳으로 막 뛰어가는 것이었습니다. 무슨 일인가 했더니 잠시 뒤 순찰차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공중전화 부스 옆에 서는 것이었습니다.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해하는데 경찰관은 음주측정기를 내밀었고 술에 취한 나는 아무 생각 없이 이에 응했습니다. 경찰관은 "약주 좀 하셨네요? 마티즈 주인 확실하죠? 파출소로 같이 좀 가주셔야겠습니다"라고 말하였다. 그때야 난 상황판단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곤 경찰관에게 상황을 설명하며 눈물 콧물이 범벅이 되어 빌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때 옆에 있던 또 다른 경찰관이 "최 순경님, 이 학생은 아닌 것 같은데요"하는 것이었습니다.
난 이제 살았구나 하고 생각하며 마티즈 주인이 도망간 쪽을 가리켰습니다. 면허도 없고, 운전도 못하는 내가 음주운전자로 오인받았던 사춘기 시절의 한 토막 이야기, 그야말로 악몽이 따로 없었습니다.
이동근(대구 달서구 월성1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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