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서부도서관 시청각실에서는 지난달 26일 관객 250여명이 환호하며 박수를 쳤다. 이날 배우이자 소설가로 변신한 '잘가요 언덕'의 저자 차인표씨가 '작가와의 만남'을 갖기 위해 대구를 찾았기 때문이다. 북클럽 및 북카페 회원, 시민들로 구성된 관객의 열광은 그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대구서부도서관은 지난해부터 '한 도시 한 책읽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2008년 서구에서 시작해 올해는 대구 전 지역으로 확대했다. 첫회 '촐라체'에 이어 올해도 시민과 도서선정위원회의 투표 결과, '잘가요 언덕'(차인표 지음)을 2009년 선정도서로 뽑았다. 이 운동은 지역주민 모두가 한권의 책을 읽고, 토론을 통해 생각과 마음을 나누며 지역사회통합과 공동체 의식을 갖고자 마련한 풀뿌리 독서운동이다.
앞서 5, 6월에는 73개의 북클럽을 조직했다. 특히 올해는 12개의 북카페가 개설, 12월 말까지 운영된다. 이들은 선정도서를 1권씩 배부받아 읽고 난 후, 매달 한번씩 북미팅데이를 갖고 토론 및 다양한 문화공연과 강연회에 참여한다. 도서관과 북카페에서는 선정도서를 비치하고 일반 시민과 북클럽 간의 북미팅 장소로 제공하며 책 낭독, 문화이벤트 등 책 중심의 만남을 이어간다.
'잘가요 언덕'은 저자가 '순이'라는 상징적 대상을 통해 치유되지 않은 민족사의 아픔인 위안부 문제를 젊은 세대가 이해하기 쉽도록 동화형태로 구성한 소설이다.
이날 행사는 북클럽과 북카페 대표 등 사회자 4명이 묻고 작가가 답변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작가는 "대구가 책읽기의 선구자 역할을 하는 것 같다. 부모가 책을 읽고 아이들이 그 모습을 본받는 환경을 만드니 존경스럽다"며 밝게 인사했다. 또 그는 스스로 작가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 "글은 재주보다 묘사할 사람들에 대해 진정한 애정을 갖고 글을 썼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배우가 아닌 작가로서 대구를 찾은 차씨는 소박한 차림에 시종일관 진지한 답변으로 관중을 압도했다. 한 관객이 앞으로도 위안부에 대한 글을 쓸 것이냐고 묻자 그는 "이제는 글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일만 남았다"며 글을 쓴다면 아이들을 위한 동화를 쓰고 싶다고 했다. 그는 또 "책을 통해 여러분과 소통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고 말했다.
대구보건학교 북클럽회원 이진경(21·여)씨는 "연예인이면서 작가로서 차인표씨의 면면을 볼 수 있어 뜻있고 기뻤다"며 작가와 함께 기념촬영의 기쁨도 누렸다.
한 도시 한 책읽기운동은 12월 말까지 진행된다. 대구서부도서관 관계자는 "책과 일상 문화와의 만남을 위해 문화이벤트를 지속적으로 추진하여 대구에 독서문화를 확산시킨다"는 의지를 밝혔다. 한편 서부도서관은 대구시민과 도서관 이용자 중 11월 한달간 선정도서의 독후감 공모를 실시, 12월에 시상한다. 또 연말에는 우수 북클럽을 선정·시상할 예정이다.
최영화 시민기자 chyoha618@hanmail.net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野, '피고인 대통령 당선 시 재판 중지' 법 개정 추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