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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정책' 이대로 좋은가] 백척간두에 선 지역신문(하)

지난 3월 여론수렴을 위해 여야 합의로 구성된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이하 미발위)가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각기 보고서를 발표했다. 한나라당·자유선진당 미발위는 한나라당 미디어법에 대해 손을 들어주면서도 지역 및 특수방송에 대해서는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에서도 미디어법이 중소, 지역언론에게 특별히 피해를 준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점이다.

한나라당 보고서는 지역 및 특수방송에 대해 '지역방송 발전지원법' 제정과 지역방송발전위원회 구성, 방송발전기금 징수 제외, 광고 관련제도의 획기적 개선, 각종 특색있는 지역행사 전국중계 등을 검토할 것을 권고했다. 그러나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되는 지역신문에 대한 보호 대책은 없었다. 오히려 지역방송에 대해서는 지원법을 제정하라면서 지역신문법에 대해서는 사실상 폐지를 의미하는 민간기구로의 전환을 내놨다.

한나라당은 신문법 개정을 통해 단순히 신문방송 겸영을 뛰어넘는 복수의 신문과 방송, 뉴스통신 등 무제한의 매체소유를 허용하려 하고 있다. 이에 따라 거대신문들과 대기업 및 외국자본이 결합할 경우 '거대신문+지역신문체인+방송+뉴스통신' 등 모든 조합, 즉 자본력을 앞세운 '복합미디어재벌' 탄생이 가능해진다. 이럴 경우 최대 피해자는 자본력이 가장 취약한 지역신문이 될 수밖에 없다.

미국이 대표적인 사례다. 1996년 매체소유 제한이 완화된 이후 지역신문들은 자본력을 앞세운 거대 전국신문체인에 흡수돼 체인점으로 생존하든지, 독립언론으로 근근이 생명을 유지하든지, 문을 닫길 강요받았다. 그 피해는 지역소식 및 지역여론, 일자리 감소 등으로 이어져 고스란히 지역민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OECD국가들의 경우 'OECD 커뮤니케이션'(2007년판)에 따르면 전체 30개 회원국 중 한나라당이 추진하고 있는 것처럼 무제한의 소유겸영을 허용하고 있는 나라는 없다. 신문방송 겸영이나 동종매체 복수소유를 허용하더라도 영국 20%, 네덜란드 25%처럼 전국시장점유율이 일정 이상인 거대매체에 대해서는 엄격한 규제조항을 두고 있다. 이는 반대로 중소언론이나 지역신문들은 겸영이나 동종매체 복수소유가 비교적 자유롭다는 의미다.

중소언론이나 지역신문을 보호, 육성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근간인 여론다양성을 보장하고 지역문화와 여론 및 지역주민들의 삶을 지켜내는 것이다. 서구 선진국들이 전국 신문 및 방송에 대해 겸영이나 복수소유를 허용하더라도 지역언론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일정한 선에서 엄격히 규정하거나 지역언론에게 우선권을 주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특정신문들을 위해 신문지원 및 국가공고 등을 몰아주는 것도 모자라 무제한의 매체소유 허용으로 지역신문을 백척간두로 내몰고 있다. 지역신문을 사실상 사지로 몰아넣는 신문정책 및 미디어법은 지금이라도 재고돼야 한다. 지역신문사 사장들의 잇따른 결의나 지역신문 공동기획물 등은 '지역문화'와 '지역여론'을 지켜내기 위한 최소한의 몸부림이지만 향후 더 큰 저항을 예고하고 있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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