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철학자 키에르케고르는 죽음에 이르는 병의 정체를 절망이라고 했다. 이 절망의 정체는 자기상실이다. 키에르케고르에게 절망은 인간이 기독교적인 신과의 관계를 상실하는 것에 불과했지만, 오늘 우리 국민이 앓고 있는 '죽음에 이르게 하는 병'은 엄연히 현실의 문제이다. 또 그 피해자가 특정 종교적인 관점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이 땅에 주거하는 모든 보편적인 인간의 죽음이라는 데 더 큰 불행이 있다.
대한민국 온 국민이 앓고 있는 이 죽음에 이르는 병이란 바로 '교육'이다. 시쳇말로 교육에 관한 것이라면 우리 국민 4천만 명이 다 전문가라는 말이 있다. 그렇다면 왜 온 국민이 이렇게 교육에, 그것도 무지로부터의 해방이나 앎과 지혜라는 교육의 본질과 별 상관없는 교육 '詐術'(사술)에 목을 매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교육이 총성 없는 계급전쟁의 제일선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우리 사회도 계층이 어느 정도 고착화되어, 개천에서 용 나기도 어렵고, 교육을 통해 하층에서 상류층으로 단번에 뛰어오르는 수직상승을 체험하기는 어렵다. 그래도 교육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강력한 출세와 계급'계층 상승의 사닥다리이다. 그러니 상류층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사교육에 의존하고, 그 다음 중산층과 서민들은 맨 꼭대기에 끼기 위해 악을 쓰며 뒤쫓아가는 연쇄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다 아는 이야기지만, 우리나라에서 1등 국민은 특목고 나와 서울대 졸업하고 미국 아이비리그 가서 박사 학위 따와야 한다는 말이 공공연히 떠돈 지 오래되었다. 그러나 산술적으로 봐서 모두가 1등 국민이 될 수 없고, 자녀들 모두가 서울대를 갈 수는 없는 게 현실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왜 모두 가능하지도 않은 신기루를 좇아 국민 모두가 '죽음에 이르는 병'에 매달리고 있는 것일까?
지난달 30일 한 시민단체가 밝힌 바에 의하면 서울지역 외고의 경우 재학생 96.6%가 외고 입시용 사교육을 경험했고, 전국 외고 재학생의 74.4%가 역시 외고 진학용 사교육을 받았다고 한다. 또 다른 자료에 의하면 2002년 말 2천540억 원이던 학원기업 등 교육관련 株(주) 시가총액은 작년 1월 말 현재 3조6천400억 원으로 13배 넘게 늘었고, 상장 교육 관련 기업들의 작년 매출액은 2조472억 원으로 글로벌 금융 위기에도 재작년의 1조6천949억 원보다 20% 이상 늘었다고 한다.
어쩌면 우리 사교육비 규모가 30조 원을 넘어섰다는 분석도 있다. 어느덧 사교육시장은 우리나라 전체산업에 무시할 수 없는 위치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다시 말해 사교육에 매달려 먹고 사는 절대 인구를 무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지난 대선 공약이 '공교육 만족 두 배, 사교육 절반'이었다. 곽승준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과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 등 대통령의 최측근들이 교육정책을 내놓았는데 그 내용이 오후 10시 이후 학원 교습 금지, 내신 절대평가제, 수능 과목 축소 등이었다. 이 가운데 오후 10시 이후 학원 교습 금지는 이미 지난 4월에 내놓았다가 교육부와 학원가의 로비 때문에 무산되었던 내용이고, 나머지에 대해서도 그 적절성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무엇일까? 독특한 관점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사회학자 이반 일리치는 '학교 없는 사회'(1970)라는 자신의 책에서 가난한 집 아이는 같은 나이에 같은 수준의 학교를 같이 다녀도 부잣집 아이들을 따라갈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 이유는 가난한 아이들이 누릴 수 있는 교육적 기회가 원천적으로 제한되어 있다는 점 때문이다. 가정에서 대화, 장서의 풍부함, 방학 중의 여행과 같이 자아나 세계를 인식하는 방법에서 이 둘은 근본적인 차이가 드러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일리치는 학교가 사회에 대해 반교육적이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교육은 학교라는 제도 안에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대학의 서열을 해체하고, 학력 간 임금의 격차를 쇄신하는 따위의 뻔한 결론을 접어두고, 아예 대학을 없애버리는 게 어떨까?
그게 너무 과격하다면 대학은 졸업하되 사회활동에 있어 제도로서 대학과 관련된 어떤 기득권도 인정하지 않으면 어떨까? 그러고 보니 내가 평소 존경하던 권정생 선생도, 이오덕 선생도 다 대학문 근처에도 못 가본 사람들이다. 김용락 경북외국어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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