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미국의 가계저축률(가처분소득에서 실제 소비를 뺀 부분이 가계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6.9%를 기록, 1993년 15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부터 각국의 경제 전문가들이 예측한 대로 미국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의 소비에 기댄 수출 주도형 발전 모델을 견지해 온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 회복도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측되어 왔다.
그러나 이와는 다른 전망이 국내에서 나왔다. 한국은행은 2일 발표한 '미국 개인 소비의 구조적 변화 가능성과 영향'이란 보고서에서 미국의 소비가 줄어도 우리의 수출이 받는 타격은 별로 크지 않다고 내다봤다. 한국의 對美(대미) 수출 비중이 2000년 21.9%에서 지난해 10.8%로 낮아져 미국의 개인 소비 감소가 우리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은 과거처럼 크지 않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지극히 단편적인 예측이다. 현재 세계 각국의 경제는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 각국 경제가 받는 영향은 직접적인 것 이외에 간접적인 것도 많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얼마 전 미국의 소비 위축이 아시아 국가에 미칠 영향을 이렇게 설명했다. "대만의 수출 상당 부문이 중국으로 향하고 있지만 이는 중국의 공장에서 조립되어 최종적으로 미국의 가게에 진열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대만의 對中(대중) 교역은 대미 수출 이상으로 급격히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설정은 韓中(한중) 간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 비중은 감소한 반면 대중 수출 비중은 2000년 10.7%에서 2007년 26.2%로 급증했다. 그런데 중국의 최대 수출 시장이 미국이다. 이 같은 구조하에서는 미국의 소비가 감소하면 중국의 수출은 줄어들고 그 결과 우리의 대중 수출 역시 줄어들 수밖에 없다. 미국의 소비 감소가 우리 수출에 미치는 직접적 영향이 적다 해도 대중 수출 감소라는 간접적 영향을 통해 우리 수출은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미국 소비 위축이 가져올 영향을 전방위적으로 분석해 대책을 세우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 첩경은 내수 시장 확대이다. 우리의 수출 비중은 지난해 8월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52.9%에 달한다. 미국의 소비 감소 추세가 계속된다면 이 같은 경제 구조로는 장기적 발전과 생존을 기약할 수 없다는 것이 세계 석학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내수 시장 확대를 위한 장기 계획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 때가 왔다.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野, '피고인 대통령 당선 시 재판 중지' 법 개정 추진
검찰, '尹 부부 사저' 아크로비스타 압수수색…'건진법사' 의혹 관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