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야 놀자] 기회비용

최근 미국과 일본에서 관심을 끌만한 두 개의 마무리 투수에 관한 기사가 있었다. 하나는 뉴욕 양키스의 마무리 투수인 리베라가 메이저리그 사상 두 번째로 500세이브를 달성했다는 소식이고, 다른 하나는 일본 프로야구에서 방어율 영(0)을 기록하고 있는 임창용선수가 센트럴리그 마무리투수 부문에서 팬투표 1위에 올라 올스타전에 출전할 것이라는 기사다.

오늘날의 프로야구는 과거에 비해 선수들의 역할 분담이 매우 세밀하게 나누어져 있다는 특징을 가진다. 투수의 경우, 구단은 선수의 체력이나 구질, 성격 등 여러 요인을 고려하여 선발, 중간계투, 마무리로 나누어 운용한다. 경제학적인 관점에서 볼 때, 투수들의 이런 보직 분담은 '특화'의 좋은 예가 된다. 특화는 각자가 상대적으로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함으로써 자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한다는 장점을 갖는데 투수들의 전담 보직제 역시 팀 방어율을 낮추어 생산성(승률)의 향상에 기여한다.

그렇다면 특화의 방향을 결정하는 객관적인 기준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비용이다. 즉 특화를 할 때는 다른 사람보다 더 낮은 비용으로 재화나 서비스를 생산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하면 된다. 다만 한 가지 유의해야 할 것이 있다. 이 비용은 반드시 진짜 비용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너무도 당연한 말이어서 우습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우리 주변에는 진짜 비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혼란을 겪는 경우가 적지 않다.

어떤 일을 하는데 들어가는 진짜 비용이란 그로 인해 포기해야 하는 모든 것을 의미한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기회비용(opportunity cost)이라고 부른다. 여기에는 현금의 지출과 같이 겉으로 드러난 비용도 있고 들어올 돈이나 해야 될 일을 포기하는 것과 같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비용도 있다.

예를 들면 사장이 아무리 컴퓨터 작업에 능통하다고 해도 자신이 직접 그 일을 하지는 않는다. 사장이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의 기회비용이 비서에 비해 더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장은 자신이 하는 것보다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컴퓨터 업무는 비서에게 맡기고 자신은 경영업무에 전담하는 것이다.

이런 원리는 국가 간의 무역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중국이 우리나라보다 모든 재화를 절대적으로 더 싸게 만들 수 있다고 해도 모든 재화를 다 수출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생산요소가 한정되어 있는 현실에서 한 재화를 생산하는 것은 다른 재화의 생산을 포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각 재화의 생산비용을 진짜 비용, 즉 기회비용의 측면에서 보면 중국이 우리나라보다 모든 재화를 다 저렴하게 생산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각국은 상대적으로 기회비용이 저렴한 재화의 생산에 특화해서 수출하고 그 돈으로 기회비용이 비싼 상품을 수입하는 것이다. 이러한 국가 간의 특화와 교환으로 국제 무역을 설명하는 것이 바로 비교우위이론이다. 결국 투수들의 보직 분담이나 국가 간 교역의 이면에는 같은 원리가 작동하고 있는 셈이다.

오영수(경북대 사범대 사회교육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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