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막을 내린 제3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이하 딤프·DIMF)은 해를 거듭할수록 성장하며 '되는 축제'라는 공감대를 얻어냈다. 창작 뮤지컬의 훌륭한 데뷔 무대가 될 수 있음을 확인시켰다.
◆딤프 대상은 대구 시민의 열정
"딤프에 대한 대구 시민들의 열정은 놀라울 정도입니다. 서울 관객들도 이렇지는 않습니다. 딤프가 대구의 엄청난 문화 컨텐츠로 성장할 것으로 확신합니다." 올해 딤프 대상 심사위원장을 맡은 유희성 서울시 뮤지컬 단장은 "심사 위원들 사이에서도 '딤프 대상은 대구 시민들에게 줘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을 정도"라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올해 딤프는 전야제, 폐막식을 포함, 22일간 10만여명이 딤프를 즐긴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달 13일 전야제 때 2만5천여명이 두류공원 야외음악당을 가득 메웠고, 계명아트센터에서 열린 폐막식은 좌석이 동났다. '보고 싶고, 가보고 싶은 축제'를 위해 딤프는 다양한 전략을 동원했다. 대구백화점 앞 '7천원 티켓 부스'는 축제 기간 내내 긴 줄을 이뤘다. 최정원, 윤형렬, 서범석 등 유명 뮤지컬 배우와의 스타데이트 티켓은 인터넷 개설 즉시 매진됐다. 동성로 일원에서는 매일 프린지 공연이 펼쳐져 축제 분위기를 달궜다. 6일 대구 계명아트센터에서 열린 '대구 뮤지컬 어워즈'는 유명 영화 시상식장을 방불케 했다.
딤프를 목표로 한 대학들의 경쟁은 해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올해 '스페셜 레터'로 딤프 창작 뮤지컬상을 수상한 (주)악어컴퍼니 조행덕 대표이사는 "딤프 축제 분위기는 영국 에딘버러나 프랑스 아비뇽 등 해외 유명 뮤지컬 축제에 뒤지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딤프의 성과는?
올해 딤프는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의미있는 성과들을 거뒀다. 무엇보다 '창작 뮤지컬'의 아트마켓으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뉴욕뮤지컬페스티벌(님프·NYMF) 측과의 극적인 협상으로 딤프 창작 뮤지컬 수상작의 브로드웨이 진출을 1년 앞당겼다. 지난해 딤프 창작 뮤지컬상을 받은 '마이 스캐어리 걸'은 뉴욕 진출 1호가 됐다. 배성혁 딤프 집행위원장은 "브로드웨이 무대에 설 수 있다는 특전 때문에 내년 딤프에는 더 많은 국내 창작 뮤지컬이 출품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행덕 (주)악어컴퍼니 대표는 "브로드웨이 진출은 국내에서 작업 중인 뮤지컬 제작자, 배우, 창작자들에게 좋은 목적 의식을 주고 있다"고 했다.
올해 딤프가 든든한 '아군'을 얻은 것은 보이지 않는 수확이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직접 시상자로 참석한 건 상징성이 크다. 문화부 측에서는 전야제와 폐막식 참관을 위해 국·과장과 사무관급 중앙 공무원을 파견했다. 대구시는 내년 딤프 예산 증액을 추진하고 있다. 서상우 대구시 문화산업과장은 "내년에는 올해보다 10억원이 늘어난 3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했다. '대구 문화창작교류센터', '뮤지컬 전용관' 등 굵직한 관련 현안을 추진 중인 대구시로서는 중앙 정부의 이런 관심이 놓쳐서는 안 될 호재다.
◆대학생 뮤지컬의 높은 참여
전국의 대학 뮤지컬과는 16개. 여기에 연극·영화 등 공연 관련학과까지 합하면 50여개에 이른다. 청강문화산업대 이유리 학과장은 "이중 상당수가 적게는 8개월, 길게는 1년 동안 딤프를 위해 작품을 준비한다"고 말했다. 국내에는 이미 5회째를 맞은 한국공연프로듀서협회 주최 '전국대학생뮤지컬 페스티벌'이 매년 의정부에서 열리고 있지만, 후발주자인 딤프의 권위는 무섭게 성장 중이다.
딤프 대학생 뮤지컬 축제의 성장도 돋보인다. 매년 출품작 수가 늘고, 작품의 수준과 기량도 높아지고 있다. "몇몇 배우는 당장 프로 무대에 세워도 되겠다"는 심사위원들의 말까지 나왔다. 딤프는 대학생들의 꿈의 무대로 입지를 잡아가고 있다. 이유리 학과장은 "대학생 뮤지컬 시상을 딤프 어워즈와 같은 무대에서 한다는 점, 최신식 대극장에 설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점, 해외 연수 특전이 주어진다는 점 등은 대학생들에게 큰 자긍심과 도전의식을 불어넣고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의 브로드웨이로 성장하려면
"이제부터 뮤지컬 소비만 활성화할 것이 아니라, 우리도 원천기술을 가져야 합니다. 딤프가 뮤지컬의 생산지로 성장하기 위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딤프 워크숍(6월 24~27일)때 대구를 방문한 설도윤 설앤컴퍼니 대표의 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구가 대형 뮤지컬 기획사들의 '목 좋은 시장'에만 그칠 경우 딤프의 정체성은 희석될 수밖에 없다.
장기적으로는 대구의 뮤지컬 제작 역량을 키워야 한다. 대구의 대학 뮤지컬 학과는 대경대(3년제) 한 곳뿐이다. "우수한 교수진을 갖춘 4년제 뮤지컬과가 개설되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배우뿐 아니라 작곡가, 작가, 연출 등 뮤지컬 스태프의 육성도 뒤따라야 한다.
참가 대학팀들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다. 이유리 학과장은 "출전 대학팀들 중에는 자기 공연만 하고 돌아가는 학교가 많다"며 "텐트촌이나 캠프라도 좋으니 대학생들이 딤프기간 동안 대구에 머물면서 타 학교의 공연을 보고 배울 수 있는 장소와 프로그램이 수반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5·18묘지 참배 가로막힌 한덕수 "저도 호남 사람…서로 사랑해야" 호소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