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찜통탈출]대구의 더위

분지 지형'도심열섬 현상으로 '하루 종일' 덥다

◆ '기온 가장 높다' 오명 벗어

여름철 낮 최고기온에 있어 대구 못지않게 이름이 오르내리는 지역이 더러 있다. 영남지방에선 경남 밀양과 합천 등이다. 한마디로 대구의 경쟁자인 셈. 특히 밀양은 올 5월 낮 최고기온 평균이 28.0℃를 나타내 전국에서 가장 뜨거운 지역으로 조사됐다.

지난 3년간 7, 8월 최고기온 평균을 봐도 대구는 이들 지역과 비슷하거나 다소 낮은 수치를 보였다. 2006년 7, 8월 대구의 최고기온 평균은 각각 27.7℃와 33.3℃로 합천의 28.2℃와 33.6℃에 비해 낮았다. 2007년에도 대구가 7, 8월 각각 28.8℃와 32.0℃를 기록, 합천의 29.9℃와 32.1℃보다 낮게 나타났다. 지난해의 경우 대구의 8월 최고기온 평균은 30.7℃로 밀양의 31.8℃와 합천의 30.8℃ 보다 낮았다.

최고기온 평균만을 놓고 보면 대구는 최고 찜통도시란 이름표가 더 이상 맞지 않다는 의견에 어느 정도 힘이 실린다.

◆ '열대야'만큼은 최고

하지만 최고기온 평균값으로만 찜통인지, 아닌지를 평가하기는 무리가 있다. 찜통더위가 얼마나 지속적으로 이뤄지느냐도 하나의 중요 지표다. 이때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열대야' 빈도수다. 열대야는 한여름밤의 최저 기온이 25℃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 현상으로 사람들이 너무 더워 잠들기가 어려우며 보통 7, 8월에 집중된다.

열대야 빈도수를 보면 대구가 경쟁 지역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밀양은 2006년 열대야가 한차례도 없었고 2007년과 2008년 각각 2, 5차례가 있었다. 합천은 2006년 6차례, 2007년 7차례, 2008년 2차례에 불과했다. 하지만 대구의 경우는 2006, 2007년에 각각 20차례, 지난해에 24차례가 발생했다.

대구기상대 박소영 예보관은 "대구가 다른 더운 지역과 비교해 낮 최고기온은 비슷하다. 하지만 다른 지역은 밤 사이 열기가 쉽게 빠져나가 기온이 뚝 떨어지는 반면 대구는 열을 계속 가지고 있어 하루 종일 덥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분지 형태의 지형적 특성에다 도시의 열섬현상(도시의 대기오염과 인공구조물 증가, 녹지면적 감소 등의 요인으로 도시의 기온이 교외보다 높아지는 현상) 등의 이유로 체감온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는 것.

◆더위 점차 일찍 온다

최근 여름철 더위의 또 다른 특징은 일찍 찾아온다는 것이다. 과거 같으면 한창 봄기운이 완연해야 할 5월에 벌써 무더위가 시작되는 것. 대구의 5월 최고기온 평균을 보면 2006년 24.3℃였으나 2007년 26.3℃, 2008년 25.7℃, 2009년 27.7℃ 등으로 점차 높아지고 있다. 더위를 본격적으로 느끼는 30℃를 넘긴 횟수도 2006년에는 5월 한달간 2차례에 불과했으나 꾸준히 늘어 올 5월에는 9차례나 있었다.

이는 대구뿐 아니라 전국적인 현상이다.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우리나라의 기후가 아열대성 기후로 급격히 변화하고 있기 때문. 이로 인해 전반적으로 기온이 상승하면서 강수량도 봄'여름에 증가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최근 10년(1999∼2008년)간 국내 15개 지역의 평균기온이 14.1℃로 과거 30년 평년치(13.5℃)보다 0.6℃ 상승했다.

박 예보관은 "기온이 전반적으로 올라가면서 올해 여름철 기온이 평년보다 1, 2℃ 가량 높고 열대야도 더 많이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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