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덕여왕'은 여러 면에서 흥미로운 드라마다. 미실 역을 맡은 고현정을 비롯한 연기자들의 열연도 볼거리지만 이야기 자체가 강한 흡인력이 있다. 드라마를 보다 보면 "아! 그럴 수도 있겠구나"라며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그 하나가 미실의 권력 기반에 대한 색다른 해석이다. 이 드라마 작가들은 미실의 힘의 원천을 '기상예보'란 코드로 풀었다. 가야의 冊曆(책력)을 얻은 미실이 비가 내리거나 가뭄이 드는 것을 예측하면서 하늘과 교감하는 인물로 추앙받는 것으로 그렸다. 고대사회에서는 농사 등의 이유로 날씨에 일희일비했던 만큼 나름 개연성이 있다. 선덕여왕 때 천문 관측을 하는 첨성대가 세워진 것을 떠올린다면 앞으로 미실-덕만 사이에 날씨를 예측할 수 있는 책력을 둘러싼 다툼이 치열해질 것이다.
우리 선조는 해와 달, 별이나 바람, 구름의 상태나 그 변화 또는 여러 가지 생물의 특이한 행동을 보고 일기 변화를 예측했다. 미실처럼 책력을 본 것이 아니라 오랜 경험에서 얻은 지혜로 날씨를 점친 것이다.
제비가 낮게 날면 비가 온다고 했는데 제비는 기압에 예민한 새다. 제비가 땅 가까이 난다는 것은 저기압 때문이고 저기압은 비를 오게 하므로, 이는 근거 있는 얘기가 되는 것이다. 두꺼비가 나오면 장마가 진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두꺼비는 습지에서 수분이 있어야 살 수 있는 생물인데, 땅으로 나온다는 것은 비 올 것을 미리 알고 있기 때문이다.
며칠 전 부산에 300㎜가 넘는 비가 내려 큰 피해를 봤다. 기상청에서는 전날 80㎜가량의 비가 온다고 예보했는데 4배나 되는 '물폭탄' 비가 쏟아졌다. 슈퍼컴퓨터를 갖고서도 12시간 뒤의 날씨도 못 맞혔다고 기상청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동안 비가 안 와 난리였는데 이제는 폭우 때문에 걱정이다. 갈수록 "날씨가 毒(독)해진다"는 느낌이다. 민심이 천심이라는 말도 있는데 사람 간에 다툼이 격렬해지고 인심도 각박해짐에 따라 날씨마저 사나워지는 것 같다. 우리 선조가 날씨를 내다보는 비결을 터득한 밑바탕엔 동식물이나 하늘의 작은 변화까지 정성을 다해 살피는 마음이 깔려 있었다. 그리고 자연에 대한 敬畏心(경외심)을 갖고 있었다. 이 시대 사람들도 자연의 숨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또한, 사람과 사람 사이에 부딪침보다는 相生(상생)하는 기운이 감돌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대현 논설위원 s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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