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출범한 대구문화재단이 1차 직원채용을 완료, 진용을 갖췄다. 문화재단은 앞으로 문화예술의 창작과 보급활동 지원, 시민의 문화향수 기회 확대와 창의성 제고, 전통문화예술의 계승과 발전, 국내외 문화예술 교류, 문화예술 정보의 축적 및 네트워크 서비스 사업 등을 펼치게 된다. 또 문화예술 장르 간 네트워크 구축과 우수공연, 전시행사 민자 유치, 시민 문화예술인 교류센터 운영 등을 맡는다. 모두 어려운 일들이다.
대구문화재단의 임무는 막중하지만 지금 중요한 일은 '밑그림' 혹은 '레이아웃'을 그리는 일일 것이다. 문화재단 출범 이전에도 대구시는 문화예술 지원 사업을 펼쳐왔다. 예컨대 문화예술진흥기금을 통한 문화예술 작품 창작 및 문화예술인 지원 사업은 시행 20년이 넘었다. 작품당 지원금액이 1억원이 넘는 대형공연사업 역시 10년이 넘었다. 그럼에도 대구에는 이렇다 할 문화상품이 없다.
지원금을 대충 나눠줬기 때문도, 창작 지원금을 받아간 사람들이 부도덕하거나 무능해서도 아니다.'밑그림', 즉 '레이아웃'이 없었기 때문이다.
해마다 창작지원 신청을 받고 그 중에서 나은 작품을 선정해 지원하고, 다음해에는 또 무더기로 창작지원 신청을 받고 그 중에서 작품을 선정해 지원했다. 해마다 다시 출발선으로 돌아와 시작한 셈이다. 추가지원이라는 제도가 있지만 미미하다. 그러니 대구의 문화예술 수준은 늘 100m 달리기 출발선 언저리에 머물 수밖에 없었다.
대구문화재단은 문화예술작품 창작지원 방식에 관한 '레이아웃'을 잡아야 한다.
예컨대 첫 해에는 특정한 주제 혹은 이야기를 선정하는데 지원금을 쓰고, 이듬해에는 선정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창작작품 지원에 쓰고, 또 그 이듬해에는 이미 완성된 작품을 바탕으로 더 나은 작품을 만들 수 있는 단체나 문화예술인을 지원하는 것은 어떨까. (물론 장르마다 지원 방법에는 다소 차이가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매년 출발선으로 돌아와 달리기를 거듭한다면 10년 후에도 대구를 대표할 만한 문화예술작품을 구경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문화재단이 '레이아웃' 부터 잡아야 하는 이유다.
문화재단이 그려야 할 두 번째 '레이아웃'은 대구문화재단 그 자체다.
대구에는 이미 4대 축제(뮤지컬 페스티벌, 오페라 축제, 호러축제, 컬러풀 축제)가 있다. 이 외에도 크고 작은 문화예술 사업이 많다. 각 축제마다 조직위가 있고, 조직위 구성원의 성향이 다르고, 예산이 다르고 추진 방식도 다르다. 문화재단과 이들 축제 조직위는 협력 관계이지 재단이 각 축제에 '감놔라 배놔라'하는 식의 참여는 소모적이다.
그렇다면 대구문화재단은 궁극적으로 무슨 일을 할 것인가? 대구시 문화체육국이 담당하던 업무 중 일부를 떼 내 문예진흥기금 분배 역할에 머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고 문화재단이 위상 확립이나 성과에 급급해 따로 '브랜드 상품'을 개발하거나, 또 다른 축제를 운영하는, 축제 조직위 수준에 머물러서도 안 된다. 대구문화재단이 특정 예술장르의 브랜드 주최나 축제 조직위는 아니니까 말이다.
대구문화재단은 무엇을 할 것인지 밑그림부터 그려야 한다. 더불어 대구문화창작교류센터, 대공연장 선진화 사업, KT&G 문화창조발전소 이용 방안, 중구 구도심 개발 등 굵직굵직한 현안과 해법에 대해 대구시와 문화재단이 함께 논의해야 한다.
조두진 문화체육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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