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송재학의 시와 함께] 「소리를 베어먹는다」/ 김기연

소리를 베고 누운 낮달

늪에 빠진 노래 건져내어 뻐꾹새 운다

보리누름 뻐꾹새가 울어서 세상은 캄캄하다

누가 밤새 야금야금 소리 베어먹었나

통통 배가 불러온 보름달

노래와 울음 사이에 떠 있다

청각과 시각의 연결은 이미지즘 시인들 이전에 시도된 낯설게 하기 중의 하나이다. 의 이미지에서 청각과 시각을 연결하는 것은 뻐꾹새이다. 뻐꾹새는 5월에서 8월까지 주로 운다. 뻐꾹새가 울어서 캄캄한 세상은 새가 내 쓸쓸한 마음을 대신해서 울어주기 때문이다. 뻐꾹새 울음은 쉽게 들을 수 있지만 뻐꾹새는 쉽게 보이지 않는다. 마음도 그와 같다. 우는 뻐국새는 기실 늪에 비치는 낮달 때문에 우는 것이다. 그래서 소리를 베고 누운 낮달이라는 1연이 가능하다. 그러므로 1연과 2연은 서로 수미 관계이다. 그리고 슬며시 밤이 되었다. 소리를 베개 삼아 누웠던 낮달의 반대쪽에 을 베어먹는 무언가 있다. 그건 뻐꾹새이기도 하다. 혹은 뻐꾹새가 지칭하는 서러운 마음이기도 하다. 을 베어먹는 무언가는 다시 의 변주이다. 그래서 다 베어 먹힌 낮달 혹은 소리가 통통 배가 불러온 보름달의 변신은 낯설거나 두렵지 않다. 하여 보름달은 노래와 울음-희로애락- 사이를 연결시켜 준다. 단순하면서도 복잡하고 서로 연결된 감정의 미로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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