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부동산 이야기] 아파트 - 착한 집과 나쁜 집

지방의 미분양 아파트들은 가격을 내려서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고 있지만, 최근 서울의 아파트 값은 하루가 다르게 올라 지역 간 아파트 가격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다.

이 좁은 나라 안에서 집에 대한 이상한 현상이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집값이 오르면 착한 집, 집값이 내리면 나쁜 집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집에 대한 잘못된 오해는 차치하고, 집이 지닌 진정한 의미에서 접근하고 선택을 해야겠다.

살기 좋은 집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측면들을 고려해야 한다.

첫째는 주변환경 즉 단지가 가지고 있는 위치적 측면이다.

전통적인 마을은 배산임수의 입지를 최고의 명당자리로 인정하고 있지만, 현대사회는 자연환경뿐 아니라 주변에 조성된 사회기반시설, 즉 공원과 상업시설, 편리한 교통 등에 따라 살기 좋은 주거지로 인정된다. 최근 개발되고 있는 택지개발지구나 뉴타운 등은 주거지뿐만 아니라 사회기반시설까지도 함께 계획되고 있다.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은 이러한 자연환경 및 사회 기반시설보다는 학군이라는 복병으로 인해 주거지의 가치가 퇴색되고 오해받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는 단지 외부공간. 아파트 주요 광고의 하나가 '지상에 차가 없는 아파트'다. 자동차로 채워져 삭막했던 아스팔트의 지상공간이 사람들의 휴게시설 및 운동공간으로 바뀌고, 주변은 산책로와 초록빛 나무 그늘이 드리워져 사람들이 열심히 걸어다니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셋째는 주택의 거실이 바라보고 있는 방향이다. 10년 전 지어진 아파트는 대부분 정남향으로 도미노처럼 일렬로 서 있다. 햇빛도 하루 종일 발코니로 들어와 집을 따스하게 유지시킨다. 용적률이 낮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러나 지금은 좁은 땅에 더 많은 아파트를 짓기 위해 용적률이 200% 이상 심지어 300% 가까이 높아지면서 동향 및 서향까지 들어서서 주거환경을 악화시키고 있다. 아무리 조명 및 공조시설이 좋다 한들 자연의 빛과 바람에 미치겠는가.

마지막으로 아파트의 내부 공간이다. 전용 85㎡(과거 30형대)를 기준으로 가장 표준적인 평면은 3-Bay 타입이다. 전면에 침실 2개, 거실, 후면에 주방 및 침실 1개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3.5-Bay, 4-Bay 구조가 많이 공급되고 있다. 침실을 모두 전면에 배치시켜 채광을 극대화시키고, 옆으로 길어진 집의 구조적 특성으로 인해 발코니의 면적도 최대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내부인테리어는 시간이 지나면 바꿀 수 있지만 내부공간의 구조는 변경이 불가능하다는 점도 반드시 생각해야 되겠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세 가지 기본적인 요소가 의식주다. 몸을 싸서 가리거나 추위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한 옷은 개개인의 개성을 표현하고 유행을 선도하는 패션으로 거듭나고 있으며, 음식은 사람의 기력 및 건강을 유지할 뿐 아니라 감각을 즐겁게 하는 제 역할에 충실하고 있다. 하지만 '주택은 재산'이라는 사고에 가로막혀 집의 진정한 의미를 잃어 가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김재엽 화성산업 기술개발팀장

이재협기자 ljh200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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