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나는 이런 취미 있어요]검도 인생 17년 5개월째 최태련씨

최태련(53'대구 북구 관음동)씨의 하루는 오전 4시 50분에 시작된다. 이른 아침 그가 향하는 곳은 바로 검도관이다. 땀냄새 물씬 풍기는 검도관에서 만난 최씨는 지천명(知天命)을 넘긴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군살없는 탄탄한 몸을 갖고 있었다. 17년 5개월째 꾸준히 해오고 있는 검도 덕분이다.

한의사인 최씨는 1992년 30대 중반의 늦은 나이에 검도를 시작했다. 검도에 대한 관심은 많았지만 1991년까지 대구에 배울 만한 사설 검도장이 없어 기회를 갖지 못했다. 그러다 지금 다니는 검도관(정훈관)이 문을 열자 검도에 입문했다.

"검도를 시작했을 때 환상에 젖어 있었습니다. 지금은 검도에 대한 생각이 많이 달라졌지만 당시 검도가 참 멋있어 보였습니다. 남자라면 한 번쯤 해봐야 하는 운동으로 생각했습니다."

검도와 인연을 맺어준 정훈관은 최씨에게 특별한 곳이다. 개관 당시 서구청 인근에 있던 정훈관이 봉덕동, 반고개를 거쳐 만촌동으로 옮겨 갔지만 남다른 애착이 있어 검도관을 바꾸지 않았다. 평리동에 살았던 그도 관음동으로 이사를 하면서 검도관으로 가는 동선이 매우 길어졌지만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루도 빠지지 않고 출석 도장을 찍고 있다. 오전 6시 20분부터 한 시간 동안 동료들과 연습을 한 뒤 다시 1시간 동안 개인연습을 할 만큼 열심이다.

"저는 운동 신경이 발달하지 않았습니다. 검도를 배울 초창기 주위 사람들이 걱정했을 정도입니다. 아무리 재능이 뛰어나도 열심히 하는 사람은 이기지 못합니다. 저는 꾸준함과 성실함으로 승부를 걸었습니다." 검도를 시작한 사람들 대부분이 1년을 못 넘기고 그만둔다고 한다. 10년을 넘기는 비율도 100명 중 한 명 정도에 불과하지만 최씨는 어느덧 검도 인생 20년을 바라보고 있다.

"검도를 배우면 참 많은 고비를 만나게 됩니다. 검도에 대한 환상이 깨지면서 입문 3개월 만에 첫 고비가 찾아옵니다. 그 이후에도 고비는 계속 나타납니다. 특히 요즘 같이 비가 많이 오는 날에는 검도장에 가기 싫은 것이 사람 마음입니다. 그래서 검도는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합니다." 검도를 그만두고 싶을 때마다 "이것과 싸워 이기기 못하면 앞으로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라며 마음을 잡는다는 그는 매일 새벽 일정한 시간이 되면 저절로 눈이 떠진다고 했다. 습관이 돼 몸이 자동적으로 반응하기 때문이다.

취미로 검도를 시작했지만 최씨의 실력은 고수급이다. 현재 4단이지만 예정대로 승단심사를 받았으면 6단에 올랐을 것이다. 하지만 5단 이상 승단심사가 서울에서 열리고 날짜도 주말에 한정돼 있다 보니 승단심사를 받지 못했다. 주말이면 어른이 운영하는 한의원에서 진료를 하기 때문에 시간을 낼 수 없었다.

최씨는 승단에 대한 욕심이 없다. 좋아서 검도를 시작했을 뿐 애초부터 몇단을 따야 한다는 목표는 정해두지 않았다. 특히 '검도 입문 10년을 넘기면 다시 검도를 배워야 한다'는 가르침에 따라 초심으로 돌아가 검도를 배우려고 노력하는 그에게 단수는 큰 의미가 없다.

검도뿐 아니라 명리학'풍수지리'사주 등 동양사상 공부에 심취해 있는 최씨는 틈만 나면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다. 한의학적 관점에서 바라본 검도의 매력은 무엇일까. 그는 "집중력이 높아지고 무엇보다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어 좋습니다. 저 같은 경우 검도를 시작한 이후 병치레를 해본 적이 없습니다. 특히 안경을 썼는데 지금은 시력이 좋아져 안경을 쓰지 않고 있다"며 검도 예찬론을 펼쳤다. 또 "번잡한 도시를 벗어나 개인 검도연습장이 달린 전원주택을 짓고 검도와 함께 노년을 보내는 것이 작은 소망"이라고 말했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