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하회보' 포기, 잘하는 일이다

정부가 말썽 많은 '하회보' 건설 계획을 사실상 철회했다. 앞서 지목한 위치에는 洑(보)를 만들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다. 대신 대체 건설 지점을 모색하겠다고 했다. 철회라는 용어 대신 '전면 재검토'라는 말을 쓴 이유다. 하나 거기서 불과 7㎞ 떨어진 하류에 '구담보' 건설이 또 계획돼 있다. 대체도 쉽잖으리라는 시사다. "아예 취소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오지 않을 수 없는 형국인 셈이다.

이대로 될 경우 하회보는 4대 강 사업에 따라 세워졌던 여러 보 건설 계획 중 첫 취소 사례가 될 것이다. 현 정권으로서는 매우 내리기 힘든 결정일 수밖에 없다. 물러서기 시작하면 4대 강 사업 전체가 밀릴지 모른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걸 무릅쓰고 이런 결정을 내린 건 어쨌든 잘한 일이다. 많은 시민단체들이 반대하고 심지어 대구환경청과 문화재청까지 걱정하던 일에 숨통이 틔게 됐으니 다행이다.

하지만 정부는 이번에도 하회보가 일대 자연환경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엔 끝내 동의하지 않았다. 올 초 신청된 하회마을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만 취소 이유로 들었을 뿐이다. 부용대와 만송정 사이 300여m를 3m 높이 보로 막을 경우 모래사장이 유실되고 마을 자체마저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주장은 맞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물이 막혀 흐르지 못하고 고이면 수질까지 위태로워짐은 누구도 부정 못 하는 진리다. 이 참에 다른 보와 관련된 비판 의견에도 귀를 기울이는 쪽으로 태도를 바꾸는 게 좋겠다. 대구 강정취수보에서 보듯, 장치만 잘 하면 수질을 잘 보전하면서도 보를 운용할 수 있는 길이 있기 때문이다. 보완할 것은 미리 보완하는 게 장래의 걱정을 더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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