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쓰레기통·가로등·버스승강장도 디자인을 입힌다

지자체마다 예쁜 도시 만들기

버스승강장은 지역 특성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단순하고 깔끔한 모양의 버스승강장도 있지만 경북 도내 일부 기초자치단체들은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버스승강장에 지역색을 입혔다. 사진 위에서부터 청송의 사과모형, 초가집 모형, 고령의 딸기모형, 청도의 반시모형, 경주의 기와형 승강장
버스승강장은 지역 특성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단순하고 깔끔한 모양의 버스승강장도 있지만 경북 도내 일부 기초자치단체들은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버스승강장에 지역색을 입혔다. 사진 위에서부터 청송의 사과모형, 초가집 모형, 고령의 딸기모형, 청도의 반시모형, 경주의 기와형 승강장
쓰레기통도 디자인을 중요시하는 시대의 요구에 따라 업그레이드를 계속하고 있다. 다만 가격이 비싸다는 게 흠. 차례대로 1986년 대구 서구청 뒤편에 모아둔 쓰레기통에서 최신식 쓰레기통까지.
쓰레기통도 디자인을 중요시하는 시대의 요구에 따라 업그레이드를 계속하고 있다. 다만 가격이 비싸다는 게 흠. 차례대로 1986년 대구 서구청 뒤편에 모아둔 쓰레기통에서 최신식 쓰레기통까지.
밤을 밝혀 방범 기능에만 의존했던 가로등만으로는 도시 야경 대열에 낄 수 없다. 달성군 현풍면 현풍천 다리 위의 청사초롱 가로등.
밤을 밝혀 방범 기능에만 의존했던 가로등만으로는 도시 야경 대열에 낄 수 없다. 달성군 현풍면 현풍천 다리 위의 청사초롱 가로등.

지난 4월 대구 중구 계산동 현대백화점 건설 현장 공사 가림막에 대구를 빛낸 인물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오가는 이들의 발길도 순간 묶였다. 저마다 휴대폰 카메라를 꺼내 지금껏 보지 못했던 광경을 담아갔다. 대구 중구청이 '환경디자인' 개념을 도입, 공공 디자인에 건 승부가 결정되는 순간이었다.

명물로 입소문이 나는 데 반드시 거대한 도시계획이 있어야하는 것은 아니다. 소소한 부분에서의 변화도 가능성이 있다. 물론 랜드마크를 만들기 위해 다소 무리한 예산을 들여 조형물을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 지역의 특색을 나타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시민 생활 가까이에 있는 것들. 역사적 유물을 간직하고 있는 고도나 이야기가 있는 도시에 못지 않게 생활의 아이디어도 사람들을 그러모을 수 있다. 대구에서도 이런 작은 변화들이 나타나고 있다. 시민들이 일상에서 피부로 접하는 쓰레기통, 조명, 가로등은 물론 버스승강장까지.

이쯤 되면 그냥 지나가던 사람들도 관광객으로 바뀐다. 생활필수품처럼 돼버린 똑딱이 카메라가 없으면 휴대폰 카메라라도 들이댄다. 블로그를 타고, 카페를 타고 입소문이 난다. 외지에서도 몰려든다. 이쯤 되면 일부러 설치물을 보러 찾아오기까지 한다. 돈을 쏟아놓고 간다.

대구가 숙박을 미끼로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 예쁜 도시는 곧 관광의 도시다. 바야흐로 디자인이 대세인 시대다. 관광 도시를 위한 일종의 투자로 도시 디자인이 각광받고 있는 이유다. 대구경북의 기초자치단체들도 이런 점을 일찍이 간파, 도시 디자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들어 바뀌는 모습이 눈에 띄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환골탈태, 쓰레기통

올 3월 대구 중구 도심에는 희한한 원통이 띄엄띄엄 도로변 신호등 기둥에 설치됐다. 보는 이들마다 '어디에 쓰는 물건'인지 분석하기 바빴지만 금세 용도를 알 수 있었다. '중구는 대구의 중심입니다'라는 문구와 원통 상단에 보이는 그림 때문이었다. 쓰레기통이라고 하기에 보관함처럼 보이는 디자인. 담배꽁초를 버리거나 쓰레기를 버리기에 짐짓 망설이는 이들도 적잖았다.

'부착형 가로휴지통'은 차량과 주민 통행이 많은 주택가 이면도로와 도심에 설치한 것으로 동성로 인근에 집중돼 있다. 총 설치 비용도 2천만원가량. 100개가 설치됐으니 1개당 20만원이 든 셈이다. 너비 20cm, 높이 40cm의 이 가로휴지통은 스테인레스로 제작됐다. 기존 쓰레기통은 점점 사라지는 추세. 5월에도 중구청은 1억원의 예산을 들여 170개의 신형 쓰레기통을 제작, 설치했다. 가로, 세로 45cm 높이 85cm의 쓰레기통 1개의 가격은 59만 4천원.

기실 쓰레기통의 변화가 가장 먼저 감지된 곳은 달서구. 지난해 10월 '다기능 가로휴지통'을 내놓으면서 재활용 기능과 일반 쓰레기통 기능, 재떨이 기능에 더해 홍보게시판으로 쓰레기통을 활용했다. 쓰레기통 뒷면에 아크릴을 이용, B3 용지 크기의 홍보물을 넣을 수 있는 게시판이 들어갔다. 가로 76cm, 세로 50cm, 높이 1m18cm의 이 가로휴지통 1개의 가격은 75만원. 디자인과 기능면에서는 최고의 효과를 내고 있지만 가격이 비싸다는 점이 흠이었다.

하지만 20여년 전인 1986년. 대구의 쓰레기통은 철로 제작, 담배꽁초와 쓰레기를 동시에 버릴 수 있는 것이었다. 녹이 슬기도 했지만 현재의 기능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사진). 쓰레기통 하단을 열 수 있도록 해 쓰레기를 수거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재떨이와 쓰레기 투입구가 결국 한 군데서 합쳐졌기에 담배불로 인한 연기가 솟아오르는 경우도 적잖았다.

이보다 진일보한 것이 최근까지도 일부 기초자치단체에서 볼 수 있는, 재떨이와 쓰레기 모으는 곳이 분리된 쓰레기통. 하지만 기능면에서 크게 뒤떨어지지 않음에도 스테인레스 재질의 은빛이 천편일률적으로 도심을 채우고 있어 최근 들어 일부 기초자치단체에서는 철퇴를 맞았고, 나머지 기초자치단체도 교체를 고려하고 있다.

◆일신우일신, 조명과 가로등

지난해 3월부터 대구 남구 현충로 일대는 벚꽃거리는 경관조명등 135개가 밝히고 있다. 7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기존 65m 간격으로 설치돼 있던 가로등 25개를 철거, 40m 간격으로 40개의 가로등을 설치하는 한편 현충로 벚꽃길 800m 구간에 야간 경관조명등을 설치한 것.

밤을 밝혀 방범 기능에만 의존했던 가로등도 변화에 부산하다. 특히 야경에 대한 중요성이 도시경관에서 강조되면서 빛을 이용한 도시 디자인이 각광받고 있기 때문. 비슷한 시기에 달성군 현풍면 현풍천 주변에도 이색적인 가로등이 선을 보였다. 여인이 청사초롱을 들고 있는 조형물이 가로등에 달려 실제 청사초롱에서 가로등 빛이 나오도록 했던 것.

2007년 12월부터 서구청 앞 인도에는 밤마다 반짝이는 별자리를 밟으며 걸을 수 있다. 서구청 육교와 대구지법 가정지원까지 250m 인도에 은하수 물결 조명등 1천200개와 별자리 조명등 12개, 소나무와 이팝나무 등 가로수 투광등 40개가 설치, 몽환적인 느낌마저 준다.

기초자치단체의 역점사업이나 대표하는 산업을 알리는 수단으로서도 가로등은 적격.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안경거리를 품고 있는 대구 북구다. 대구 북구 침산교~노원네거리에 있는 안경 형태 가로등은 2003년부터 90여개가 설치, 이 지역의 상징물처럼 자리잡고 있다.

◆남귤북지(귤화위지), 버스승강장

지역을 대변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구조물은 버스승강장. 1990년대 중반부터 태동하기 시작한 버스승강장 디자인은 2005년 이후 당연한 것처럼 지역의 특색을 담아내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1996년 경북 청송의 사과모형 버스승강장. 사과 출하량이 많은 인근 다른 지역에 비해 앞서 '사과의 고장'이라는 이미지를 선점하는 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 청송은 이에 그치지 않고 1998년에도 초가집 형태의 버스승강장을 설치, 뭇사람들의 적잖은 눈길을 끌었다.

다른 지역도 버스승강장을 그냥 내버려두지 않았다. 경북 고령도 '딸기의 고장'이라는 점을 각인시키기 위해 지난해 딸기 모양의 버스승강장 2곳을 선보였다. 인근의 경북 청도도 비슷한 시기 반시모형의 버스승강장을 만들어냈다. 경북 경주의 경우에도 천년고도 이미지에 어울리는 형태로 승강장 벽면에 문화유적 관련 사진을 비롯한 관광안내도를 부착, 실용성과 디자인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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