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맛 향토문화의 산업화] ④ 울릉도 오징어

먹물탕·내장탕·불고기·순대…요리따라 오징어 맛의 유혹

동해의 깊고 맑은 바다에서 건져낸 울릉도 오징어는 다른 지역 오징어에 비해 육질이 두껍고 씹을수록 구수하고 단맛이 나는 것이 특징이다. 오징어를 덕장에서 건조시키고 있다.
동해의 깊고 맑은 바다에서 건져낸 울릉도 오징어는 다른 지역 오징어에 비해 육질이 두껍고 씹을수록 구수하고 단맛이 나는 것이 특징이다. 오징어를 덕장에서 건조시키고 있다.

울릉도 도동항. 울릉도로 들어가는 관문인 이 포구에 발을 딛는 순간, 콤콤한 듯 비릿한 냄새가 바람을 타고 코끝을 자극한다. 오징어 냄새다. 도동항은 살아 펄떡이는 산오징어를 비롯, 덕장에 걸려 말리고 있는 오징어, 꼬챙이에 꿰인 채 판매되는 건오징어 등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도동항뿐만 아니다. 울릉도는 어디를 가더라도 오징어 덕장이나 반지르르한 오징어가 횟집 수족관 속에서 몸을 곧추세우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우리나라 국민만큼 오징어를 좋아하는 국민은 없을 듯싶다. 산 채로 썰어서, 말려서, 볶아서 원하는 대로 먹는다. 내장을 빼내 탕을 끓여 먹기도 한다. 오징어 맛에 대한 변별력이 탁월하기 때문이다. 울릉도에서 오징어를 맛보게 되면 육지에서의 오징어 맛은 허무해진다. 그만큼 오징어 하면 울릉도가 떠오른다.

◆ 다양한 오징어의 맛

동해의 깊고 맑은 바다에서 건져낸 울릉도 오징어의 맛은 다른 지역에서 잡은 오징어에 비해 육질이 두껍고 씹을수록 구수하고 단맛이 난다. 특히 6, 7월의 오징어는 육질이 부드럽고 연해서 입안에 넣어 조금만 오물거려도 그냥 넘어간다.

먼저 산오징어회는 오징어를 즐기는 가장 단순하면서 직접적인 방법. 싱싱한 오징어는 채썰어 놓아도 반짝거린다. 얇게 채 쓴 오징어를 상추나 깻잎에 올리고, 된장과 마늘, 고추, 부추 등과 함께 싸 한입 가득 먹으면 세상 부러울 것이 없다. 초고추장은 가능한 한 적게 찍어야 오징어가 머금은 울릉도 바다 냄새를 깊게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오징어는 불고기가 제맛이다. 오징어불고기는 살짝 데친 오징어에 고추장과 양파, 마늘 등 양념장을 입혀 석쇠에 다시 구운 것. 오징어를 싫어하는 사람도 오징어불고기에는 젓가락이 갈 정도로 맛이 있다. 요즘에는 삼겹살과 함께 양념한 오삼불고기, 더덕 향의 은은한 맛과 씹히는 맛이 일품인 오징어더덕불고기도 등장해 오징어와 궁합이 맞는 식재료도 다양해지고 있다.

내장을 빼내고 각종 채소와 찹쌀밥을 볶아 오징어 속을 채운 후 찜통에 쪄낸 오징어순대도 별미다. 울릉도 사람들은 오징어 특유의 고소한 맛과 향을 즐기기 위해 내장을 빼내지 않고 산오징어를 통째로 쪄내 쓱쓱 썰어 먹는다.

오징어는 버릴 것이 하나도 없다. 오징어 요리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인 내장탕. 오징어 내장으로도 맛있는 탕을 끓여낼 수 있다. 텁텁한 맛이 나는 누런 부분은 버리고 흰 내장만을 손질해 끓이다가 시원하고 얼큰한 맛을 더하기 위해 파와 호박잎, 무, 마늘, 청양고추 등을 썰어넣는다. 구수하고 담백한 맛이 해장국으로 일품이다.

도동항 다애식당 지명옥(41)씨는 "과거 울릉도 사람들의 해장국 역할을 했던 오징어내장탕은 오징어가 막 잡히기 시작하는 여름부터 가을까지가 제철"이라며 "호박잎이 들어가면 국물 맛이 더 개운해지는데, 호박잎이 없으면 콩나물이나 엉겅퀴를 넣어 끓인다"고 했다.

◆ 오징어의 새로운 변신

구이, 찌개, 볶음, 튀김, 피데기(반건조 오징어) 등으로도 우리 식탁과 간식용으로 오르고 있다. 이와 함께 운송과 보관 기술이 발달돼 대도시에서도 오징어 회를 먹을 수 있다. 오징어먹물탕과 오징어먹물볶음밥, 오징어먹물튀김, 오징어먹물초밥, 오징어먹물치즈볶음밥 등 먹물 메뉴들이 등장했다. 예전에는 버렸던 먹물이 요리의 재료로 적극 활용되고 있는 것. 이는 오징어 먹물에 항균·항암 효과가 있는 물질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콜레스테롤의 체내 흡수를 저지하는 타우린과 아미노산이 풍부해 오징어를 이용한 요리들이 많이 개발되고 있다.

지난 6월 발족한 울릉군 우리음식연구회는 향토음식의 가공화 및 산업화, 새로운 메뉴 개발 등의 일을 해오면서 오징어를 이용한 다양한 요리를 선보여, 새로운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음식연구회가 연구, 개발한 요리는 오징어냉채를 비롯, 오징어장조림, 오징어자장, 오징어카레, 오징어먹물피자, 오징어먹물스파게티·리조또, 오징어탕수육, 오징어스테이크, 오징어버거, 오징어비엔나소시지 등. 특히 호박소스로 맛을 낸 소라오징어탕수육은 지난 6월 20일 안동에서 열린 경북전통음식한마당에서 호평을 받았다.

울릉군농업기술센터 배수미 농업연구사는 "오징어는 제철 기간이 짧아 울릉도에서도 오징어요리전문점이 많지 않다"면서 "오징어가 몸에 이로운 성분을 함유하고 있고, 특유의 맛을 지닌 만큼 잘 가공한다면 산업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 울릉도 오징어축제는 8월 4일부터 6일까지 울릉 저동항과 통구미 마을 해안 등 섬 전역에서 펼쳐진다. 여름이 깊어지면 오징어의 살코기가 비교적 거칠어지기 때문에 제철 오징어 맛의 진수를 경험하고 싶다면 지금 가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향토음식산업화 특별취재팀=최재수기자 biochoi@msnet.co.kr 김병구기자 kbg@msnet.co.kr 권동순기자 pinoky@msnet.co.kr 강병서기자 kbs@msnet.co.kr 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사진=프리랜서 강병두 plmnb1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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