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통계 마사지

대약진운동이 한창이던 1958년 가을, 당시 부총리였던 덩샤오핑(鄧小平)은 허베이(河北)성에서 올라온 보고서를 받았다. 단위 면적당 벼 생산량이 평균보다 7배나 높다는 내용이었다. 사실이라면 대약진운동은 그야말로 대약진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현지로 달려갔다. 과연 들판에는 벼가 빼곡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덩은 벼 포기를 뽑아봤다. 뿌리 부분이 반쯤 잘려 있었다. '보고용'으로 다른 논의 벼를 꽂아놓은 것이었다. 이러한 통계 조작은 대약진운동이 2천만 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재앙으로 막을 내리도록 재촉했다.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사정은 같다. 지방정부의 경제성장률 합계는 중앙정부 발표치를 항상 상회한다. 지방정부의 성장률 통계 조작은 고질병이 됐다. 이 때문에 2008년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믿기 어려운 지방정부의 성장률 통계를 아예 내지 말자"는 제안이 나오기도 했다.

성장률뿐만 아니다. 날씨 정보도 조작된다. 중국의 노동법은 기온이 40℃가 넘으면 노동자를 귀가시키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여러 산업 중심지의 관료들은 기온 때문에 하루를 허비하기보다는 온도를 39도로 발표해 계속 공장을 돌리도록 한다.('중국 비즈니스 불패의 법칙', 테드 플러커)

중앙정부도 다를 것이 없다. 허칭롄(何淸漣) 미국 프린스턴대 객원연구원에 따르면 중국정부는 대약진운동 때부터 달성 가능한 목표량 장부(대외 발표용)와 예상량 장부(내부용)로 이중 장부 체계를 유지해왔다. 이 중 내부용은 공산당원만을 위한 것이며 공개 수준도 관리의 지위에 따라 달라진다. 결국 통계와 관련해 중국 정부는 여러 개의 입이 있으며 어느 입을 사용할지는 정치적 필요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을 목표치(8%)로 끌어올리기 위해 '통계 마사지'를 하고 있다는 의심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일고 있다. 17일에는 미국 헤리티지재단의 한 연구원이 "중국 경제 상황이 복잡한데도 보름 만에 13억 인구의 경제 동향을 조사하고 있다. 이는 공산당을 만족시키기 위한 조작"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로이터 통신도 올해 초 "중국 통계는 비밀의 보자기에 싼 수수께끼"라며 에누리해서 들을 것을 권고했다. 중국이 이런 모욕을 벗으려면 자신을 정직하게 보여주는 것 외는 길이 없다.

정경훈 논설위원 jghun316@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