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동에서] 교육정책, 민심을 잃다

'국민기만 탁상행정, 공교육만 무너진다.'

이달 22일 대구 신천둔치에서 4천여명의 학원 관계자들이 모여 '학원탄압 정책 시정 촉구 및 궐기대회'를 열었다. 대구시학원총연합회가 주최한 이날 행사는 '민노총 집회'를 방불케 했다. 쉼 없이 터져나오는 민중가요와 선동적인 플래카드가 '투쟁'의 열기를 고조시켰다. 참석자들은 사교육비 경감 대책과 '학파라치' 제도(신고포상금제)를 비난했다. 이들은 "정부의 사교육 정책이 국민의 시선을 묶어두기 위한 '정치쇼'에 불과하다"며 "학원을 범죄집단 취급하고 있다"고 정부를 비난했다. 연합회 임원 등 6명은 삭발까지 하며 결의를 다졌다. 학원 종사자들이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해 이렇게 강도 높게 반발한 적은 거의 없었다.

정부의 교육개혁이 民心(민심)을 잃고 있다. '잘해 보려는 의욕으로 가득 찬' 정부가 정책의 민감도가 높은 교육 분야에 손을 대고 있지만 교육현장의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 '잘 해야 본전'이라고 할 정도로 풀기 어려운 교육 문제를 너무 쉽게 접근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대입자율화, 사교육비 경감, 공교육 정상화 등의 정책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그러나 교원, 학생, 학부모 등 교육의 3대 주체 중 이를 환영하거나 지지를 표시하는 모습을 보기는 힘들다. 물론 개혁에는 反動(반동'reaction-기존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정치적 행동)이 따르기 마련. 하지만 지금의 교육정책에 대한 반대 여론은 '반동'의 차원이 아니다.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일부 계층만의 반발로 본다면 판단착오다. 대학입시 문제, 교원평가, 초'중'고의 일제고사 부활, 방과후학교 강화, 전교조 시국선언 교사 사법처리, 학파라치 도입과 학원수업 시간 제한 등 논란을 일으키는 정책들이 한둘이 아니다. 공교육 강화는 '학교의 학원화' '학교의 서열화'를 부추긴다는 지적을 받고 있고, 사교육비 경감은 '학원 고사, 고액과외 조장'이라는 비판을 사고 있다. 이런 와중에도 학부모들은 오늘도 학원으로 아이들의 등을 떠밀고 있다.

민심을 잃고 있는 이유는 뭘까? 교육계에선 '일방통행 혹은 소통 부재'를 이유로 꼽고 있다. 비판 여론이 최고조에 이르렀던 사교육비 경감 대책이 黨政靑(당정청) 간 엇박자를 보이면서 신뢰를 잃게 된 대표적 사례이다. 미래기획위원회, 교육과학기술부, 한나라당 등이 충분히 검토하고 협의하지 않은 정책을 앞다퉈 발표하면서 국민들의 혼란만 가중시킨 것이다.

교육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 전국 단위 학업성취도평가(지난해 10월) 결과 발표 오류 사태는 전수평가 결과 공개에 따를 문제점을 우려한 시'도교육청의 의견을 무시하고 강행한 데서 비롯됐다. 교육계 한 인사는 "교과부 회의에서 의견을 내놓으면 '잘 알고 있거나, 잘 알았다'는 대답뿐이다. 그저 듣기만 하고 정책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식이다"고 했다. 교육계에선 요즘 四權分立(사권분립)이 필요하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국가권력의 작용을 입법'행정'사법에 이어 교육까지 넷으로 나눠 각각 별개의 기관에 분담시켜 정권이 바뀌어도 교육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오죽 답답했으면 이런 생각을 했을까?

김교영 사회1부 차장 kim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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