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론] 빌바오 전시산업이 주는 교훈

'21세기 신성장동력 산업'이자 미래형 고부가 서비스산업인 전시산업이 때론 역설적인 상황에 처할 때가 있다. 매출 증대, 흑자경영 등 단순한 경영지표에 연관될 때이다.

사회적 인프라인 전시장의 조성에는 막대한 투자가 소요된다. 전시 공간 기준 1만㎡ 조성에 대략 1천억원이 소요된다. 외국의 경우도 1억달러(약 1천300억원) 내외다. 공간 임대 성격이 강해 매출액은 운영상 투자규모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으며, 따라서 대부분의 경우 순수 민간기업이 투자를 못 하는 산업이다. 반면, 제조업과 달리 투자시설에 대한 감가상각비는 연간 20억원에 달한다. 역으로 이런 이익을 내려면 이익률 5~7%로 잡아도 매출이 최소한 300억~400억원이 되어야 하지만, 제조업이 아니기 때문에 불가능하다. 더구나 수도권 소재 전시장들은 내'외국인의 유치가 훨씬 유리해 운영상 큰 프리미엄을 누리지만, 지방 전시장은 지역경제를 대표하고 때로는 전국'국제적 전시장으로서의 역할을 해야 하는데도 많은 제약이 따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지자체와 전 세계 대부분의 도시가 왜 끊임없이 전시장을 가지려고 하거나 지속적인 시설 확장을 꾀하는가? 이는 흔히 거론되는 공익성 또는 수익성 논란 대신 사회적 인프라로서 지역이나 국가경제, 나아가 국제무역에 미치는 막대한 '경제적 파급효과'(economic impact)에서 전시장의 존재 의의를 찾기 때문이다.

스페인 북부 바스크지역에는 중심도시로 빌바오가 있다. 빌바오는 지난 100여년간 우리의 울산과 같은 스페인 북부 최대의 공업중심도시였으나 철강, 조선 등 주력산업 경쟁력의 쇠퇴와 함께 급속히 쇠락의 길을 걷다가 지난 1990년대 초부터 과감한 도시 재생에 나섰으며 지금은 문화산업도시로 탈바꿈하였다. 10여년 전 구겐하임미술관 유치를 통해 도시의 세계적인 지명도를 높였고 지금은 미술관 하나만으로도 매년 90만명의 외지 관광객이 찾아오게 한다. 또 2004년에는 약 7천억원을 투자해 최신 복합기능을 갖춘 빌바오전시장(BEC)을 건립하여 랜드 마크 기능을 보탰다. 전시장은 엑스코의 8배인 8만3천500㎡의 실내전시장, 3만㎡에 달하는 초대형 아레나(Arena)를 갖추어 실내 오토바이 경주대회 등 다양한 이벤트를 할 수 있으며, 주차능력도 4천대에 달한다.

그런데 이 전시장의 성과측정도 단순한 경영지표보다 경제적 파급효과로 접근한다. 즉, 2008년 중 GDP에 미친 총 경제적 파급 효과액은 1천700억원으로 개관 이래 최대의 성과를 냈다고 한다. 부수적으로 현금흐름상의 수지(EBITDA)는 10억원 흑자를 올렸다. 여기에는 막대한 감가상각비가 제외된다. 또한 개관 5년간 누적 경제적 파급 효과액은 7천340억원에 달해, 이미 초기 건설투자액 8천400억원의 87.5%에 달하는 투자 회수 효과를 거두었다고 발표하고 있다. 좀 더 세부적으로 보면 2008년 중 2천150명의 고용효과를 거두었고, 250억원에 달하는 부가세, 개인소득세, 법인세수를 올리게 했다. 분야별로는 관광업계에 650억원, 교통 부문에 160억원, 여가 및 문화 분야에 67억원 등을 기여하였고, 전시장 내의 행사를 통한 직접 파급액이 550억원에 각각 달했다고 발표하고 있다.

전시장의 존재 의의나 성과를 전혀 다른 시각에서 접근하여 부각시키고 이해하고 있다. 한국 특히 지방의 전시컨벤션산업은 역사가 10년도 안 될 정도로 일천하다.

다양한 부문에서 상당한 파급효과와 현금흐름이 좋은데도 감가상각이 큰 공공재라는 특성을 감안하지 않은 채 전시장의 경영수지 적(흑)자에 너무 매몰돼 전시컨벤션센터를 재단해버리면 한국의 전시컨벤션산업은 설자리가 없다. 전시컨벤션산업의 연관 부문이 지역, 국가경제에 주는 파급효과를 극대화시킬 여지가 없어진다.

유사한 예로 미국 동부의 필라델피아도 빌바오와 유사한 점이 많은 도시인데 전시컨벤션센터로 인해 연간 70만개의 호텔 룸이 팔린다고 발표한다. 전시장의 연간 매출액, 가동률, 경영수지 적(흑)자, 단위산업 보조금 등에 대한 비판이나 지적은 볼 수 없다. 빌바오의 경우 개관 후 6년이 되면 경제적 파급효과가 투자액을 전부 회수한다며 투자액과 경제적 파급효과에 주목하고 있는 점이 눈길을 끈다. 대구 엑스코의 경우에도 EBITDA 기준으로는 이미 흑자 기조를 3년째 이어가고 있다. 컨벤션센터와 같은 공공재는 경제적 파급효과 측면에서 접근하고 이해해야 한다.

김재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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