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작년 일 년간 우울증 치료제 투여 횟수가 6천821만 회나 됐다는 보도가 어제 있었다. 2004년 이후 5년 사이 50% 이상 증가했다는 거다. 2002년 30만여 명, 2006년 43만여 명으로 발표됐던 자료에 기초해 투여 횟수 변동치를 따라 추정하면 작년 환자는 50만 명을 넘은 듯도 하다. 전 국민의 1% 이상이 우울증에 시달린다는 얘기다.
그 중에서도 70대 이상 환자 비중이 12.7%에서 17.9%로 폭증했다는 이야기는 애써 주목할 대목이다. 수명은 길어지는데 노후 생활비는 부족하거나, 중년 아들의 실직 등으로 큰 고통을 겪는 때문으로 해석됐다. 옥스퍼드대 등이 21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가족을 경제적으로 부양해야 하는 노인 비율에서 한국이 세계 1위로 나타났다던 2년 전 자료가 그 한 방증일 수 있다. 일본은 60대 17%와 70대 9%가 그런 반면 우리는 각 83%와 64%가 그렇다고 했다.
어제 나온 또 다른 통계에서는, 한국 노인이 세계서 가장 늦은 70세까지 일해야 하는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OECD가 2002∼2007년 사이 조사한 결과다. 오스트리아는 6.1년, 룩셈부르크는 5.8년, 벨기에는 5.4년, 핀란드는 4년, 이탈리아는 4.2년 등 대부분 정년 되기 전에 앞당겨 자발 은퇴해 노년을 즐기는 선진국과는 정반대 현상이라고 했다. 연금 등 노후대책이 부실한 결과로 분석됐다.
우울증 치료제 투여자 분석에서 50대가 전체의 22%로 가장 많았던 것 또한 두드러진 대목이었다. 자녀 등록금 등에 쓰느라 모아놓은 돈은 없는데 퇴직시기에 몰리다 보니 앞날이 불투명해 스트레스가 많기 때문이리라 했다. 앞서 본 옥스퍼드대 조사에서 50대 한국인 50%의 제일 큰 걱정이 은퇴 후 돈 문제로 드러났던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75%는 최후까지 일하길 바라지만 실제 50대 이후 일하는 건 33%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되기도 했다.
게다가 50대는 정년도 안 돼 직장에서 눈치 보아야 할 불안한 세대이다. 자신은 부모를 봉양하면서 자식으로부터 봉양받지는 못하는 '끼인 세대'인 것도 그들이다. 그렁저렁 자녀들을 키웠다 해도 서로 다른 의식구조 때문에 소통은 어렵다. 그런 자식이나마 취직을 제대로 해 주면 좋으련만 그마저 암울하다. 우울증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우리 사회의 실상일 터이다.
박종봉 논설위원 pax@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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