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이 없는 기업, 남녀 성차별이 없고, 처벌은 없이 상만 주는 기업. 여기다 최근 큰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비정규직도 없는 기업. 이런 기업이 있다면 취업하고 싶지 않으세요?"
자동차용 와이퍼 전문생산업체로 출발해 10여년 만에 세계 3대 자동차용 와이퍼 전문메이커로 성장한 이후 지난해부터 선박부품업과 건설업에 이어 종합무역상사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면서 국내 30대 그룹 진입을 꿈꾸고 있는 캐프그룹(회장 고병헌·61)이 바로 그런 기업이다.
◆신화의 출발
(주)캐프는 자동차부품업체 샐러리맨으로 출발해 사장까지 올랐던 고 회장이 1995년 만든 회사다. 세계 최고의 자동차용 와이퍼를 만들겠다는 일념에서 과감하게 안정된 일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동종업계에 근무했던 의리 등을 고려해 내수시장에서 국내 업체들과 경쟁하기보다는 수출에 주력했다.
캐프는 그동안 과감한 연구개발(R&D) 투자로 고부가가치 와이퍼 생산에 성공, 최근 급성장을 하고 있다. 독자브랜드인 '뷰맥스(Viewmax)'로 국내 르노삼성자동차 및 현대모비스, 일본의 닛산,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 등 세계 30여개국 70여개 메이커에 공급한다.
2007년 8월부터 세계 최대 자동차 부품회사인 보쉬를 제치고 4천500여개에 달하는 미국과 캐나다 내 월마트 전 매장에 와이퍼를 공급하고있다. 지난해 8월에는 상주공장을 준공해 월 150만개의 플랫와이퍼를 생산하는 세계 정상급 자동차 와이퍼 제조회사로 성장했다. 올해 문경에 연간 2천만대 분(400억∼500억원) 규모의 와이퍼를 다국적 판매기업인 '오토존'에 납품하기 위한 생산 공장을 건립한다.
캐프 대구 공장에서는 일반와이퍼와 자동차용 연료, 브레이크 등의 각종 튜브류, 자동차용 잭을 생산해 납품하고 있다. 중국시장 공략을 위해 2004년 실립한 캐프차이나는 저가형 와이퍼와 고무를 생산하는 전초기지. 기계가공 전문인 창녕 공장은 터보압축기 기어박스 등 각종 가공품을 제작해 삼성테크윈 및 효성중공업 등에 납품하고 있다.
◆급성장 배경
짧은 기간 이 회사가 이렇게 급성장을 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임직원들은 위에서 언급한 4무(無) 경영과 R&D 분야에 대한 집중 투자라는데 이론이 없다. R&D 분야에는 투자 규모 상한선이 정해져 있지 않다. 개발 인력은 기술연구소장이 필요하면 언제나 복잡한 절차 없이 무제한으로 채용할 수 있다.
이 회사는 연봉 결정권이 없다. 직원이 스스로 자신의 연봉을 책정하고 회사가 승인하는 방식이다. 사원이 주인의식을 갖고 일하게 하자는 취지다. 고 회장은 "사원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일하고, 실패를 통해 더 큰 발전을 추구하자는 의미에서 4무 경영을 도입했다"고 했다. 그는 "기업의 경영이념은 이윤추구보다 영원한 생존에 둬야 하기 때문에 사람과 기술이 아주 소중하다"고 했다.
이 같은 독특한 경영방식은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기술력을 높이는 원천이다. 캐프기술연구소는 보쉬와 발레오에 이어 세계에서 3번째로 고급 승용차용 '일체형(FLAT) 와이퍼'를 개발,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 와이퍼는 공기역학구조로 설계돼 고속 주행 시, 떨림, 소음과 결빙 시의 문제점 등을 해결했다. 일반 와이퍼와 일체형 와이퍼의 장점을 모은 신개념 와이퍼인 '시그마 블레이드'(SIGMA BLADE)개발을 끝냈고 발수코팅 와이퍼도 출시 준비 중이다.
◆거칠게 없다
모터를 포함한 와이퍼 시스템은 현재 르노삼성자동차와 타가즈에 납품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독일 폴크스바겐에 납품키로 했다.
지난 6월부터는 국내 최초로 개발된 전자동으로 움직이는 차량용 '선쉐이드(차양막)'를 판매하고 있다. 자동차용 전구 및 세차용 극세사타올, 타이어용 토르크 렌치 등도 판매 중이다. 스노 체인 대용으로 사용하는 직물형 스노 커버는 올 가을 출시한다.
지난해 선박 터보압축기용 핵심부품 정밀가공 및 조립전문사업장인 (주)캐프하이텍을 설립했고 종합건설업 도약을 위해 (주)GNC건설을 만들었다. 지난 5월에는 서울 무역센터에 종합무역상사인 C.I.C를 설립했다.
금융업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캐프 전체 매출의 90% 이상은 수출. 이에 따라 미국, 일본, 독일, 호주지사에 이어 최근 아프리카지사를 개설해 세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에는 중국 상하이와 베이징에 지사를 설립할 예정이다. 후발 주자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선(先) 애프터마켓(시장개척), 후(後) OEM(주문자상표생산방식) 전략을 쓰고 있다.
캐프는 지난해 74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 목표는 1천106억원. 고 회장은 "많은 회사들이 매출이 줄어드는데 우리는 상반기에만 지난해 대비 30% 이상 성장했고, 이 같은 추세이면 내년도에는 최고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그룹을 국내 30대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것이 최종 목표인데 분명 달성 가능하다"고 자신했다.
김진만기자 fact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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