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프그룹의 고병헌 회장은 요즘 의욕이 대단하다. 소탈하고 두주불사형인 그는 전날 아무리 과음을 해도 피곤한 기색을 보이지 않는다. 하는 일마다 잘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정열을 바쳐 일하는데 풀리지 않을 일이 뭐 있겠느냐는 긍정적 생각도 큰 몫을 한다.
"4무 경영, 즉 無정년, 無성차별, 無비정규직, 無처벌 경영을 도입할 당시 과연 성공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들기도 했고, 주위에서 우려를 표하기도 했지만 결국 이것이 오늘날 캐프의 급성장을 이룬 배경입니다. 사람만큼 중요한 게 없다는 것이 증명된 것이죠."
1975년 한 자동차부품업체에 말단사원으로 입사해 15년 만에 임원이 되고 1990년부터 5년 동안은 이 회사 대표이사를 역임했던 그는 48세에 대구 성서공단에서 (주)캐프의 전신인 삼선정공(주)을 창업했다. 정년 퇴임을 준비해야 할 나이에 창업을 한다고 하니까 부인을 비롯해 주변 사람들이 많이 말렸다고 한다.
하지만 많은 고민 끝에 결행을 했다. "사람이 70세를 산다고 해도 30세까지는 집에서 키워준 것이기에 내가 내 인생을 산 것이 아니다. 나머지 40년을 더 산다면 18세가 되니 내가 주인이 되어, 성장 후 남은 것의 분배가 아니라 성장을 미리 예측하고 분배를 먼저 하는 기업 경영을 해보고 싶어서였다"고 했다.
그는 '생각이 머무는 곳에 내가 있다'는 경영철학을 갖고 있다, 생각을 하면 모든 것은 그에 맞춰 노력하고 진행돼 궁극적으로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의 인재상도 남다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추진력 있는 도전적인 사람이되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인간미가 넘치는 사람이면 OK란다.
지난해 고향인 상주에 공장을 준공했을 때 최대 보람을 느꼈고, 일체형 와이퍼를 월마트 4천500개 매장에 납품하기 위해 보쉬와 1년 6개월의 경쟁 끝에 이겨 성사시켰을 때 가장 기뻤다고 했다.
힘들었던 때는 삼성상용차를 보고 창업을 했는데 IMF 이후 1998년 12월 삼성차가 문을 닫았을 때. 직원들의 급여를 2개월치나 미뤘다. 유언장을 써 금고 속에 넣어둘 당시 한 생산직 아주머니가 책상 위에 '사장님 힘 내세요. 우리가 있습니다'라고 쓴 카드와 장미 한 송이를 보고 힘을 얻었으며 아직도 그 일을 잊을 수 없단다.
고 회장은 장수기업이 되려면 사회공헌을 빠뜨릴 수 없다며 지역 사랑에도 남다르다. 상주 사람들을 많이 채용하고, 쌀과 부식 등 모든 자재들도 상주에서 구입해 매달 10억∼15억원을 상주에 돌게 한다. 지속적인 불우이웃돕기와 캐프봉사단 창단도 이런 이유에서다. 경북대학교 상주캠퍼스와 지역 중고교에도 후원을 아끼지 않는다.
그는 "우리는 정년이 없으므로 직원들이 어떤 이유로든 그만뒀을 때 우리 기업이 어떤 역할을 해줘야 할지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했다. 사람 존중의 이 회사 기업문화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었다.
김진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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