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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대표급 문화 브랜드 10가지 개발…대구문화재단 김순규 대표

대구문화재단 출범을 알리는 현판 제막식이 있은 29일 오전 김순규(62) 재단 대표를 만났다. 5월에 재단 대표로 임용된 후 딱 두 달을 보낸 김 대표는 한결 여유롭고 편안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그는 "최근 매일신문에 보도되고 있는 '스토리가 있는 도심' 기사를 잘 읽고 있다"며 "대구가 가진 이런 문화적 자원을 지혜롭게 활용하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구문화재단은 이날 현판식에서 '옛 골목의 도시', '서정시를 읽는 도시', '왈츠와 공연의 도시', '창작 패션의 도시', '청소년 합창의 도시' 등 대구 문화브랜드 10가지를 개발 중이라고 발표했다. 아직 초기 단계라 거친 면이 없지 않았지만 흥미로운 발상이라는 평가가 많다.

'옛 골목의 도시'라는 건 뭘까. 그는 "향촌동이나 진골목 등 대구의 역사를 대표할 수 있는 골목 5개 정도를 선정, 옛 정취를 복원할 계획"이라고 했다. 가령 인파가 많이 몰리는 특정 요일, 시간대에 향촌동 한 골목에 옛 복장을 한 연극배우들을 배치, 향촌동이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1920,30년대의 정취를 보여준다는 것. 일본 순사나 약장수, 당시 지식인들이 태연히 골목을 걸어 다니고, 옛 선술집도 설치해 마치 타임머신을 탄 듯한 느낌을 갖도록 하겠다는 것. 김 대표는 "골목에 스토리를 부여하는 작업"이라며 "영화 세트장을 생각하면 된다"고 했다.

다소 생소하게 느껴지는 '왈츠와 공연의 도시' 사업은 공연 문화 중심도시의 전령사로 경쾌한 왈츠 음악을 활용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왈츠 연주단을 만들어 직장이나 학교에서 찾아가는 연주회를 열고, '왈츠의 숲'을 만들어 거리, 공원, 광장에서 시민들에게 연주를 선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서정시를 읽는 도시'는 일반 시민들이 문학적 상상력을 키울 수 있는 장을 열자는 취지라고 소개했다. 일반 시민들이 참여하는 '시낭송 대회'나, '서정시 읽는 캠페인'을 통해 남녀노소를 참여시키는 문학 운동을 해보자는 것이다. '창작 패션의 도시'에는 다소 광범위한 아이디어가 있었다. 김 대표가 생각하는 창작 패션이란 의복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액세서리, 가구, 가방 등 창의적인 패션 전반을 염두에 둔 것 같았다. 그는 "가령 KT&G내에 이런 공방들을 설치하거나, 창작 패션 거리·구역을 설치해 창작 패션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대구를 찾아올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소극장의 도시'는 김 대표가 얘기한 10개 문화 브랜드 사업 가운데 특히 눈에 띄었다. 대구의 가능성 있는 연극 시장을 살리자는 공감대가 높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서울 대학로는 업종 제한을 두지 않았기 때문에 술집이나 음식점이 대거 들어오면서 일대 임대료가 올랐고, 덩달아 극장 임대료도 올라가면서 대관료 상승을 부채질했다. 이 때문에 극단들이 채산성을 맞추지 못하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월드컵 경기장 등 넓은 공간에, 가령 20개 가량의 소극장을 갖춘 '창고형 극장'을 설치하는 등 극장 위주로 구성된 거리를 꾸며보자고 제안했다.

대구문화재단의 향후 역할에 대한 고민도 털어놨다. 대구의 문화적 잠재력은 높지만, 선별·집중하는 시스템이 부족한 것 같다고 했다. "다른 지역 문화재단들은 지자체에서 이관된 사업들만 하는데, 대구문화재단은 독자적인 문화 사업도 할 계획입니다. 그것이 문화 브랜드 10가지입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장성혁 동영상기자 jsh052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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