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다음 세대'

지난 주말 '100인포럼' 회원들과 상주, 안동으로 같이 여행을 다녀왔다. 30대부터 50대까지, 기업인 교수 공무원 예술인 등 회원이 60여 명인 이 단체는 대구경북 발전 방안을 고민하고, 공부하는 自生的(자생적) 모임이다. 전문가를 초청해 매월 강연을 듣는 이 단체는 일 년에 한 번은 배우자'자녀가 같이 참여하는 단합대회 행사를 갖고 있다. 매일신문 '더불어 사는 세상'에 이 단체를 소개한 인연으로 가족들과 함께 행사에 동참했다.

낙동강 700리 중 경치가 아름다운 곳 중 하나로 꼽히는 상주 경천대를 시작으로 안동 하회마을, 병산서원을 둘러보는 답사여행은 즐거웠다. 하회마을에서 익살 넘치는 하회별신굿탈놀이를 볼 때엔 어린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웃음을 터뜨렸다. 우리 산하의 아름다움과 우리 문화의 우수성에 일행 모두 감동받았다.

여행을 마치고 대구로 돌아오는 길, 버스 안에서 행사에 참여한 어린이들이 참여하는 노래자랑대회가 열렸다. 비록 발음은 또렷하지 않지만 순수함이 묻어나는 아이들의 노래에 마음이 흐뭇해졌다.

아이들의 노래를 들으며 불현듯 이 아이들의 이 작은 행복을 지켜주려면 旣成(기성)세대인 우리의 역할이 참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아이들 중 일부는 서울이나 외국의 대학에 가겠지만 그보다 훨씬 많은 아이들은 대구경북에서 대학이나 고교를 졸업한 후 직장을 구해야 할 것이다.

해를 거듭할수록 쪼그라드는 대구의 우울한 경제지표가 '또' 나왔다. 지난 7년간 대구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2.9%로 전국 16개 광역단체 중 꼴찌를 기록했다. 1위인 충남의 3분의 1밖에 안 된다. 대구의 1인당 지역내총생산액(GRDP)도 전국 꼴찌였고, 서울과 부산 다음을 차지하던 민간소비지출은 전국 8위로 추락했다.

갈수록 대구에 잿빛 내일만 보이는 것 같아 가슴이 답답해진다. 이 도시에서 삶을 꾸려나가야 할 아이들의 장래를 생각하면 마음이 더욱 무겁다. 먹고살 길이 막막한, 빈 껍데기만 남은 대구를 다음 세대에 물려주는 것은 분명 죄악이다. 대구에서 밥을 먹고 사는 사람들이라면 이제부터라도 미래 세대를 걱정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한다. 그러면 생각과 행동이 확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

이대현 논설위원 s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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