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형 간염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지만 보건당국은 신종플루 예방에만 골몰하고 있다. 지역 병원에서는 A형간염 백신이 고갈되거나 부족해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몇년 새 대유행…
올 들어 A형 간염환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올 들어 6월 30일까지 A형 간염에 걸린 사례는 91건. 지난 한 해 동안 32명의 환자가 발생한 것과 비교하면 1년도 채 안 돼 3배가량 급증한 셈이다. 지난 2006년 10건, 2007년 21건 등 감염자 수도 해마다 증가 추세다. 이마저도 전체 병원을 상대로 한 전수조사가 아니라 지역 80군데 표본감시기관에서 확인한 환자 수여서 실제 환자 수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건당국은 예상하고 있다.
A형 간염은 환자의 대변으로 배설된 바이러스에 오염된 음식물이나 접촉을 통해 전파되는 수인성 전염병으로 대표적 후진국 병에 속한다. 초기에는 감기몸살 증상과 비슷하지만 3~7일 후에는 황달 현상이 나타나고, 간질환을 유발해 심하면 목숨까지 잃는다.
대한간학회는 2002년 전국적으로 300여명에 불과하던 환자 수가 2008년에는 8천명 정도로 6년 만에 26배 급증한데다 올해 상반기까지 환자 수가 8천명을 넘어 이중 11명이 간 이식을 받았고, 5명이 숨진 것으로 파악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위생 수준이 열악했던 1960~1970년대엔 소아기 감염으로 자연스레 면역을 갖게 돼 발생 빈도가 낮았지만 최근엔 면역력이 약한 20~30대의 젊은층에서 주로 발병되는 게 특징이다.
대구가톨릭대병원 이창형 교수(소화기내과)는 "식생활 개선과 더불어 위생상태가 양호해져 자연면역의 노출기회가 줄면서 주로 20, 30대 젊은층에서 발병하고 있다"며 "어릴 때 발병하면 쉽게 지나가지만 성인이 감염되면 증상이 심한데다 회복에도 상당기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예방이 최선, 하지만 백신은 고갈…
A형 간염 주의보가 켜졌지만 보건당국은 대책조차 마련치 못하고 있다. 신종플루는 의심단계부터 의료기관이 보건당국에 즉각 보고하지만, A형 간염은 환자 진단시 시·군·구 보건소로 신고하도록 돼있어 전체 감염자수 파악조차 힘든 실정이다.
게다가 A형 간염은 예방접종을 통해 면역력을 기르는 게 최선이지만 최근 전국적으로 백신 품귀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지역의 한 병원은 백신 수요가 늘면서 두 달 전부터 성인용 백신이 떨어져 임시방편으로 소아용 백신의 양을 늘려 주사하고 있는 실정이다. 병원 관계자는 "A형 간염은 국가필수 예방접종 대상이 아니어서 병원이 자체적으로 백신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싼 예방접종비 때문에 접종 자체를 기피하는 경우도 많다. 성인 경우 진찰료, 항체검사비, 주사비 등으로 10만원 이상이 든다. 대한간학회 측은 "정부가 A형간염 유행 차단을 위해 국가예방접종사업을 도입하는 등 적극적인 정책을 펴야 할 시점"이라며 "영·유아 예방접종 종목에 A형 간염을 추가하고 발병 위험이 큰 성인층과 고위험군에 대해서도 예방접종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남대병원 이헌주 교수(내과)는 "예방주사를 한 차례만 맞아도 10년 이상은 항체가 형성되는 만큼 사전 예방이 중요하다"며 "손을 자주 씻는 등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고 외국에 나갈 경우 발병 가능성이 높으므로 항체 여부를 미리 검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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