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류동학의 동양학 이야기] 세시풍속(歲時風俗)과 삼복(三伏)

선조들 酒食 마련 계곡 찾아 더위 잊고 즐겨

세시풍속이란 세시(歲時)·세사(歲事)·월령(月令)·시령(時令) 등으로도 불린다. 음력 정월부터 섣달까지 주기전승(週期傳承)하는 의례적인 행위인 것이다. 세시풍속은 태음력(太陰曆)을 기준으로 하고 있어, 특히 달의 변화와 깊은 관련이 있다.

원래 음력은 태음력과 태양력의 혼합이다. 따라서 세시풍속은 음력과 양력이 혼합된 태음력을 기준으로 하고 있어 한 해를 기준으로 달마다 배분되어 있는 것이다. 한국의 세시풍속은 상고시대로 올라가나, 오늘날의 세시행사로 귀착된 것은 조선시대에 접어들어서이다.

조선시대 세시풍속의 주기는 농경의 주기와 관련되기 때문에 계절의 분류 역시 농경의 각 주기를 따랐다. 24절기를 기준으로 볼 때 한국의 경우 봄은 양력 2월 4일이나 5일 이후 입춘(立春)부터 시작되었다.

세시풍속은 단순히 생활에 활기를 줄 뿐만이 아니라 그 집단의 사회적인 결합을 재확인시키기도 하고, 민족적인 일체감을 부활시켜 주기도 한다. 한여름의 세시풍속으로 삼복이 있다. 삼복(三伏)은 중국 진(秦)나라에서 시작되었다고 하는데, 오행설(五行說)에 기초해서 설정이 되었다.

여름철은 '火'의 기운이고 가을철은 '金'의 기운이다. 풀어서 설명하면 가을의 '金'기운이 대지로 나오려다가 아직 여름의 '火'기운이 강렬하기 때문에 일어서지 못하고 '엎드려 복종한다(屈伏)'는 의미를 지닌 것이다. 바로 "엎드릴 복(伏)"자를 쓰는 이유이다.

三伏은 일년 중에서 더위가 가장 심한 시기로 '삼복더위'라는 말이 생겨났는데, 초복(初伏)은 하지(夏至)로부터 세 번째 돌아오는 경일(庚日)이고, 네 번째 경일은 중복(中伏)이며, 입추(立秋)로부터 첫 번째 경일이 말복(末伏)이다. 삼복이 모두 경일인 것은 오행상 봄은 갑을(甲乙), 여름은 병정(丙丁), 가을은 경신(庚辛), 겨울은 임계(壬癸)이며, 庚과 辛은 가을의 金기운을 나타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올 양력(陽曆) 三伏은 6월 21일이 하지가 되어 세 번째 경일이 7월 14일 경신일(庚申일)이 초복이었다. 중복은 14일 초복 이후 10일 뒤인 24일 경오일(庚午日)이었다. 마지막 남은 말복은 가을이 시작되는 입추가 양력 8월 7일 갑신일(甲申日) 오후 6시 이후에 들어왔으니 입추 후 첫 번째 경일인 8월 13일 경인일(庚寅日)이 된다.

삼복은 1년 중 가장 더운 기간으로 이를 '삼복더위'라 한다. 삼복은 특히 '이열치열'(以熱治熱)이라는 말처럼 땀을 많이 흘리는 계절에 원기(元氣)를 회복하는 음식인 개장국이나 삼계탕을 마련해서 더위를 이겨낸 조상들의 지혜가 돋보였다. 삼복의 풍속은 더운 여름철을 극복하는 방편으로 주식(酒食)을 마련해서 계곡이나 산을 찾아 더위를 잊고 하루를 즐기는 여유를 지녔던 것이다.

그런데 올해의 삼복은 수기운(水氣運)을 상징하는 유례없는 긴 장마로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 같다. 마지막 남은 말복도 제8호 태풍인 모라꼿(태국어 에메랄드)의 영향으로 그냥 힘 없이 사라질 것 같다. 이래저래 올 기축년(己丑年)의 삼복더위는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내년 경인년(庚寅年)을 기약해야 할 것 같다.

혜명동양학연구원(http://cafe.daum.net/hyem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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