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간 강사들, 시간 끝났습니다"

비정규직법 시행 구두해고 잇따라

지역 한 대학에서 4년째 시간제 강사로 있는 A씨는 얼마 전 지도교수에게서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들었다. 다음 학기부터는 강의를 줄 수 없다는 얘기였다. 지도교수는 A씨가 비정규직 보호법 적용 대상자이기 때문에 미안하다는 말을 했다. A씨는 "4년 동안 열심히 강의하며 이제나저제나 '보따리 장수' 딱지를 뗄까 희망을 품고 살았는데 다음 학기부터 강의를 맡길 수 없다는 말을 듣는 순간 절망만 남았다"고 고개를 숙였다.

비정규직 보호법이 시행되면서 시간제 강사들이 내몰리고 있다. 이들의 정규직 전환을 피하기 위해 각 대학들이 해촉 통보를 하거나 공식적인 절차 없이 지도교수 등을 통해 강의를 끊는 편법을 동원하고 있는 것.

A씨가 근무하고 있는 학교 비정규직교수노동조합 분회 관계자는 "다른 학교들처럼 공식적인 해촉장을 통해 시간제 강사를 쫓아내면 논란이 일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학교가 지도교수를 동원해 이들을 쫓아내는 부도덕한 방법을 쓰는 것 같다"며 "최근 20여명의 시간제 강사들이 공식적인 절차 없이 구두해고를 당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남대는 지난달 말 80여명의 시간제 강사에게 해촉장을 보냈다가 강한 반발에 부닥치자 슬그머니 해촉을 취소했다. 영남대는 지난달 22일 최근 4개 학기 연속 재임용자 중 강의시간 주 5시간 이상자, 박사 학위 미소지자, 만 55세 이상 고령자 등을 임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에 따라 80여명의 시간제 강사들에게 해촉장을 보냈다. 하지만 비정규교수노동조합 측의 강한 반발에 부닥치자 2학기 강의를 주당 5시간 이내로 한다는 조건을 달고 해촉을 철회했다.

이에 대해 영남대 비정규교수노동조합 측은 이후에 혹시 있을 시간제 강사들의 정규직 전환 주장을 봉쇄하려는 학교의 '얄팍한 수'라며 반발하고 있다. 노동조합 관계자는 "대부분 주당 3∼6시간을 강의하는 석사급 시간강사의 경우 얼마 전 강의 준비시간을 포함해 강의 시간의 3배로 산정할 수 있다는 법원의 판결이 났다"며 "대법원의 판결을 앞둔 시점에서 취해진 학교 측의 조치는 정규직 전환 논란을 사전에 막으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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