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음을 들을 때마다
나는 공기가 조금씩 더 무거워진다고 느낀다
물방울들이 주전자의 주둥이에서 솟구쳐 빠르게 사라지듯이
피와 살과 뼈를 뺀 나머지가 공기 속으로 녹아든다
나는 적대감과 친밀함을 공기를 통해 경험한다
아궁이 앞에 앉은 사람처럼 빛과 열이 하나라고 느낀다
어느 순간 당신은 나의 내부로 들어왔으며
충혈된 나의 안구 바깥으로 빠져나갔다
당신은 나를 지나 어디로 가고 있는가
생과 사를 공유하며 생과 사가 모두 머무는 곳은 공기라고 젊은 시인 이현승은 말하고 있다. 주검은 남지만 죽음은 공기 속에 스며드는 것이라고, 그리하여 가끔 주검은 나의 시선에 그대로 남지만, 가끔 죽음은 공기를 통해-죽음은 입으로 들어온다-나의 내부로 들어오기도 한다고 죽음을 성찰한다. 그가 들여다보는 주검은 주검이 아니라 죽음이다.
그 죽음조차 생과의 경계에 있는 죽음이다. 그래서 죽음은 우선 나에게 와서 머물다가 다시 어딘가로 간다. 적대감과 친밀감의 정서를 고스란히 가진 죽음이다. 그 죽음은 나의 내부에서 나와 교감한다. 죽음의 에너지가 생처럼 느껴진다. 여기까지가 시인이 기억하는 주검/죽음의 절차이다.
이현승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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