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멀었다."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피치가 2일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상향, 지난해 가을 금융위기 이전 수준 등급(A+)으로 복귀시키는 등 경제위기가 끝났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하지만 산업현장에서 느끼는 체감 경기는 아직 냉랭하다. 지난해 이맘때, 즉 미국발 금융위기 상황 이전으로 돌아가려면 아직 한참 걸린다는 것이다.
◆지게차를 보면 실물을 읽는다
경산 진량공단의 우량 금속업체인 한국마이크로스크랩. 이곳 추연한 대표는 "최근 미세하게 나아지는 기미가 보이긴 하지만 금융위기 이전 수준과 비교하면 경기가 아직 한겨울"이라고 했다.
지게차에 들어가는 미션·변속기케이스 등을 만들어 두산인프라코어 등의 대기업에 납품하는 추 대표는 지게차 부품 납품 추이를 보면 경기동향을 바로 읽을 수 있다고 했다. 지게차는 거의 모든 산업현장에서 쓰이는 대표적 산업용 수송 기기. 지게차 수요가 증가하면 생산활동이 활발해 물동량이 늘고 있다는 의미라는 것.
하지만 추 대표에 따르면 이달 들어 다소 나아지긴 했지만 지난해 이맘때와 비교하면 35% 정도 주문량이 적다.
한국건설기계산업협회 자료를 보면 올 상반기 지게차 내수 판매량이 지난해에 비해 20.2%나 떨어져있는 상태다. 대구경북을 비롯해 전국 산업현장에 '휴업 태풍'이 몰아치던 1월엔 전년 같은 시기에 비해 지게차 내수판매량이 41.7%나 줄었다.
글로벌 경기가 동반 추락을 겪은 만큼 지게차 수출도 올 상반기 경우 지난해 같은 시기에 비해 55.9%나 줄었다. 이런 가운데 추 대표의 말처럼 '미세한 회복 기미'가 있기는 하다. 6월 지게차 내수판매량이 전달에 비해 21.7%나 증가한 것으로 집계되는 등 하반기로 들어서면서 '약간의 변화'는 일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은행 최영철 진량공단지점장은 "자동차부품 등 일부 업종에서 다소 나아지는 기미가 있다. 하지만 전반적인 산업현장 경기는 아직 몹시 힘든 상황"이라고 했다.
◆산업현장의 바닥은 도대체 어디?
상당수 기업들은 일단 이번 분기(3/4분기)에 바닥을 찍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은 위기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 2일 삼성경제연구소가 발표한 '기업의 현 경제상황 인식과 향후 대응' 보고서에 따르면 500개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지난 7월 29일부터 8월 4일까지 설문조사한 결과 절반을 넘는 기업(52.1%)이 "바닥을 탈출했거나 현재 통과 중"이라고 했다.
경기 동행지수 순환변동치와 한국은행의 업황실적 경기실사지수(BSI) 등의 각종 거시지표가 지난 2월에 저점을 기록했지만 기업들이 생각하는 저점은 지표보다 2분기나 늦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
실물경기와 업황 개선이 안정적 회복 궤도에 이르지 못했다는 인식이 있는데다 '더블딥'(경기상승 후 재하강) 얘기가 나오는 데 따라 불안해하는 것 같다고 연구소는 설명했다.
실제로 조사대상 기업의 36.6%는 경영 애로사항으로 불확실한 경제 상황을 꼽았다. 기업들은 현재 비상조치로 경비절감(79.8%)과 임금동결·삭감(57.7%) 등 현금성 지출을 줄이고 있고 설비투자 축소(27.3%)와 신규채용 동결·축소(25.7%)도 적지 않았다. 비상조치를 올해 말까지 원래대로 환원한다는 답은 36.3%에 그쳤다. 기업 10곳 중 6곳은 향후에도 계속해서 비상조치를 써야할 만큼 사정이 좋지않다는 것이다. 내년도 올해와 같을 것이라는 답이 41.6%여서 내년에도 급격한 회복세를 보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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