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원주민의 원시적 사냥 기구이던 부메랑은 경제 사회 정치 문화 등 여러 분야에서 중요한 단어가 됐다. 기술을 가르쳐 준 선진국이 되레 그 기술 이전으로 피해를 본다는 경제적 용어로 출발한 부메랑 효과라는 말은 사회 각 분야의 원인과 결과를 평가할 때 곧잘 등장한다. 정치에 있어 부메랑 효과는 특히 두드러진다. 특정 이미지로 대중의 열광적 지지를 받던 인물이 바로 그 이미지 때문에 몰락하고 가장 좋은 정책이 최악의 선택으로 돌아오곤 했다.
모든 일에 존재하는 양면성이 부메랑을 사회현상의 중요한 분석 용어로 자리 잡게 한 것이다. 예기치 않은 뜻밖의 행운이 불행의 단초로 다가오고 부와 명예가 나락으로 이끌기도 한다. 참여를 강조하던 지난 정부는 그 이면에 도사린 배제의 함정에 빠지고 말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일본의 관료사회가 폭풍 전야라고 한다. 일본의 관료사회는 선진 일본을 가능하게 만든 한 축으로 꼽혔다. 그러나 이젠 전횡과 규제의 병에 걸린, 수술 대상으로 꼽히고 있다. 소속된 성과 청의 이익만을 위해 움직인다는 비난에서부터 예산과 정책을 쥐락펴락하며 기득권에 급급하다는 부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퇴직한 고위 관료들의 이른바 낙하산 인사도 원망과 비판의 대상이다.
메이지 유신 이래 일본 관료의 상징은 강한 엘리트 의식과 책임 의식으로 나타났다. 우리가 나서지 않으면 일본이 잘될 수가 없다며 열심히 일하는 그들에게 국민들도 맞장구를 쳤다. 골치 아픈 일만 생기면 공무원들의 역할을 요구했다. 관료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에 정당성을 부여한 것이다. 강해진 책임의식은 자연스레 민간을 업신여기게 했다. 저들에게 맡겨 놓아서는 안 된다고 여기게 됐다. 기존 체제의 질서와 협조를 강화하다 보니 규제가 많아졌고 규제는 새로운 진입자를 방해했다. 국가는 부유해도 개인은 불편하고 잘살 수 없는 나라로 진행됐다.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책임 의식이 선택의 폭을 되레 좁힌 것이다.
우리 관료주의도 비판의 대상이 된 지 오래다. 근대화와 산업화의 원동력으로 꼽히던 엘리트 관료들이 규제와 기득권의 상징으로 내몰리고 있다. 칼로 흥한 자 칼로 망하지 않으려면 변화 외에 다른 도리가 있을까.
서영관 논설위원 seo123@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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