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을 새 국무총리로 기용했다. 여권조차 예상 못 한 파격적인 발탁이다. 이날 함께 단행한 중폭 수준의 개각인 법무'국방'지식경제'노동'여성 5개 부처 장관 교체와 공석인 특임장관 임명이 관심에서 밀릴 정도다. 그만큼 정 전 총장의 발탁 배경, 이 대통령과 새 총리의 향후 관계에 궁금증이 쏠리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4'29 재보선 참패, 5월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를 거치며 인적 쇄신 요구에 시달려왔다. 선거와 조문 정국에서 나타난 국민여론은 국정 운영의 혁신이었고 여권조차 공개적으로 청와대와 내각의 전면 개편을 촉구해왔다. 대통령은 "국면 전환의 개각은 없다"는 게 공식 입장이었지만 집권 중반기를 맞으며 새로운 진용 모색을 고민하고 있었다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최근 바뀌고 있는 통치 스타일에서도 감지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 결론으로 나온 정 전 총장 카드는 이 대통령이 바라보고 있는 방향 즉 국민 통합과 중도 실용에 일단 부합하는 것 같다. 충남 출신의 지역적 상징성에 평생 중도'서민'경제를 삶의 지표로 삼은 경제학자라는 점에서 적합성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그는 대통령과 면담에서 "필요할 때 바른 말씀 올릴 테니 들어달라"고 했다고 한다. 그 말은 정 전 총장의 꼿꼿한 스타일을 떠올리게 해 대통령에게 충언을 주저 않는 총리로 국정의 중심을 잡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하는 것이다.
우리의 국무총리들은 '바지저고리' 소리를 들었다. 강력한 대통령 중심제 국가에서 이례적으로 국무총리제를 채용한 데서 오는 불가피한 측면일 수도 있다. 헌법 역시 '대통령을 보좌'하는 자리로 한정하고 있다. 그렇지만 보신(保身)에 급급해 눈치나 살핀 본인들 탓도 크다. 총리가 대통령과 토론할 것은 토론해야 한다. 물론 시끄러운 파열음이 아니라 화음(和音)을 내기 위한 자기 목소리여야 한다. 정 새 총리에게 그것을 기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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