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희망나눔] 9월22일자 이웃사랑 게재에 대해

오늘(7월30일)은 간만에 쨍쨍 햇살이 내려 비치고 있습니다. 어제 오전엔 그렇게 슬프게 비가 주룩주룩 내리더니...

지난주 신문에 소개됐던 곽기원(15) 학생은 7월 27일 아침 세상을 떠났습니다. 진통제를 맞고 갑자기 비명을 지르며 온몸을 뒤틀다 갑작스럽게 그렇게 떠났다고 합니다. 월요일 오전에 소식을 듣고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암과 무려 7년을 싸워왔던 아이가 이제와서 어이없게 세상을 떠나다니요. 지난 20일 취재를 갔을 때도 고통스런 신음소리를 뱉어내고 있었지만 이렇게 세상을 떠날줄은 몰랐습니다.

기원이 어머님에게 전화를 받고 한 동안은 믿기질 않았고, 한동안은 기원이의 아기같은 모습이 떠올라 혼자 한참을 울었습니다.

취재를 마치고 나오는데 기원이 어머님께서 "아이 손 한번만 잡아주고 가라"고 하시더라고요. 기원이가 손 잡는 느낌을 너무 좋아한다면서...그래서 발길을 되돌려 자고 있는 기원이의 손을 잡아줬는데 잠결에도 그 따스한 느낌이 좋았는지 제 손을 꼭 끌어당겨 가슴에 안고 자던 아이였습니다.

화요일에는 장례식장에 다녀왔는데 환하게 밝은 기원이의 사진이 영정 사진으로 놓여있었습니다. 취재 때 그 사진을 보고는 제가 "아프지만 않았더라면 정말 꽃미남"이라고 말했던 그 사진이었습니다.

제가 뭘 잘못해서 아이에게 갑작스런 변고가 생긴건 아닌가 조금은 죄책감이 들기도 했지만 다행히 기원이 어머님 표정이 편안해 보여서 마음이놓였습니다. 기원이 어머님은 "기원이 몸에 매달려 있던 각종 기계장치들을 다 제거하고 나자 기원이 모습이 그렇게 편안하고 천사같을 수가 없었다"며 "그래서 덜 슬퍼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보내주려 한다"고 하셨습니다.

독자분들이 보내오신 성금은 지금껏 발생한 병원비 계산과 장례비용으로 쓰이게 됐습니다. 기원이에게 새 희망을 북돋우는 성금으로 사용됐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았겠지만 그래도 그 성금이 있어 기원이가 더 편안하게 쉴 수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 성금이 없었더라면 병원비가 부족해 발인을 늦출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기원이 아버님은 기사가 나간 사실조차 모르고 계시다가 뒤늦게 아시고는 "이제야 정말 속이 후련하다"며 "고맙다"고 하셨습니다. 아이가 아픈 7년 세월을 버텨오면서 모든 사람들을 붙들고 "나 힘들다"고 떠들고 다닐수는 없는 노릇이고 마음을 이야기 할 수가 없어 혼자 속으로 삭히기가 힘들었는데 이제는 신문을 보고 주위 사람들이 말하지 않아도 위로의 말을 건네니 후련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기원이 아버님은 "이젠 정말 눈물 한번 흘려도 아무도 날 손가락질 할 사람이 없겠구나 하는 생각에 오랜 짐을 내려놓게 됐다"며 "안타깝게 기원이가 떠났지만 기사가 난 사실도 고맙고, 많은 분들이 모아주신 성금은 정말 더할나위 없이 감사드린다"고 하셨습니다.

이웃사랑을 맡으면서 사실 가장 겁이 났던 것이 이런 일이 언제든지 생길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잠시 얼굴 마주보고, 잠시 손을 잡았던 저 조차도 이렇게 마음이 아린데 부모님들은 오죽할까요. 이웃사랑 가족여러분들...잠시 기원이의 명복을 빌어주세요. 이제 고통없는 세상에서 편히 쉴수 있기를... 한윤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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