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여행하던 패션 디자이너 지망생 이다(알렉산드라 마리아 라라)는 우연히 오토(크리스티안 울멘)와 레오(지몬 페어회펜), 두 남자를 만난다. 이다는 수의사인 오토에게 매료돼 바로 간소한 일본식 결혼식을 올리고 텐트에서 첫날밤을 보낸다. 뮌헨으로 돌아온 둘은 오토가 왕진하러 다니는 캠핑카에 신혼 살림을 차린다. 이다는 임신과 동시에 비단잉어의 색감에서 영감 받은 손뜨개 스카프를 인정받아 패션회사에서 물량을 주문받는다. 그 후로 오토는 아이와 잉어를 키우며 사는 데 만족하고, 이다는 점점 패션디자이너로 억척스럽게 일해 나간다. 최고 디자이너로 성공하겠다는 야망으로 오토와의 부부관계를 긴장시키는 이다. 그녀에게 일본 여성 요코(김영신)와 결혼한 레오가 접근하고, 요코는 오토에게 접근한다.
'내 남자의 유통기한'(2005년 작)은 로맨틱 코미디다. 동화에서 판타지 요소를 차용했다. 도리스 되리 감독이 이 영화를 만드는 데 영감을 얻은 동화는 '마법의 물고기'. 원제도 'Der Fischer Und Seine Frau'(The Fisherman and His Wife), 즉 '어부와 아내'이다. 어부가 소원을 들어주는 마법의 물고기를 잡았는데 한 가지만 바라는 남편과는 달리 그 이상을 원하는 아내 때문에 모든 걸 잃게 된다는 것. 잉어는 일차적으로 물고기 전문가인 남자 주인공 오토의 직업과 관련있지만 상징적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마법에 걸린 물고기 부부는 보편적인 여성과 남성의 모습이자 이다와 오토의 분신. 일에 대한 욕심과 변함없는 사랑을 꿈꾸는 이다는 평범한 잉어에서 화려한 잉어로, 현실에 순응하는 소박한 오토는 처음부터 끝까지 변하지 않는 주황빛을 띤 잉어로 대변된다.
1955년 독일 하노버에서 태어난 도리스 되리 감독은 미국에서 연기와 철학, 심리학을 공부하고 뮌헨영화학교에서 영화 공부를 했다. 1983년 알베르토 모라비아의 베스트셀러인 '나와 그'를 각색한 첫 장편영화 '마음을 관통하여'로 흥행에 성공하면서 일약 주목받는 감독이 됐다. 1994년 도리스 되리는 비극적 코미디 장르로 전환하면서 '파니 핑크'로 다시 한 번 괄목할 만한 성공을 거뒀다. 영화감독 외에도 동화작가, 오페라 제작 지휘 등 다방면에 걸쳐 활동하고 있다. 러닝타임 101분.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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