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창]대구 사람 혀는 딱딱하다?

출근길 가로수는 아직도 푸르지만 퇴근길에 불어오는 바람은 차다. 오후의 기온이 높아 아직도 여름인가 생각하다가도 곧 가을이 코앞에 왔음을 느낀다. 가을만 되면 편지가 생각난다. 어릴 때는 우표에 침을 발라 편지에 붙였다. 우표는 두고 혀를 길게 내밀어 침을 바르는 것이 좋은지, 아니면 입안으로 우표를 넣어 침을 바르는 것이 좋은지를 두고 친구와 다툰 적이 있다. 결국 각자 좋은 대로 붙이자는 결론을 내렸다.

치과치료를 하다보면 혀는 굉장히 성가신 존재다. 특히 혀가 너무 크거나 잘 조절되지 못해 고속으로 돌아가는 기구에 상처를 입는 경우도 있어 큰 혀만 보면 뒷덜미가 묵직해진다.

물론 치아나 혀를 격리할 수 있는 방법이 있지만 모든 환자와 치료에서 사용할 수 없어 이래저래 혀는 치과치료를 방해하는 구조물이다. 세상살이에서도 세치 혀를 잘못 놀려 수많은 사람들이 패가망신한 것을 보면 조심해야 할 존재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혀는 입안의 여러 조직 중에 운동이 가장 활발하고 감각이 예민한 부위다. 그래서 머리카락 같은 이물질을 가장 먼저 감지하는 것도 혀다. 또 혀는 음식물을 먹고 마시고 삼키는 것과 말하기 등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한 번은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환자가 음식 맛을 잘 느낄 수가 없어 어려움이 많다고 했다. 혀에 있는 맛을 느끼는 미뢰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드라마 '대장금'을 보면 주인공이 미각을 느낄 수 없어 수라간에서 의녀로 전환한다. 맛을 잘 느끼지 못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나이가 들수록 맛을 잘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어머니가 해주시는 반찬이 짜거나 달면 어머니의 연세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탈무드에는 혀에 대한 이야기가 몇 가지 있다. 어느날 랍비가 제자들에게 잔치를 베풀었다. 잔치상에는 소와 양의 혀로 요리한 음식이 있었는데 혀 요리 중에는 딱딱한 것과 부드러운 것이 있었다. 제자들은 부드러운 혀만 골라 먹었다. 이것을 본 랍비가 "너희들도 항상 혀를 부드럽게 간직할 수 있도록 하거라. 혀가 딱딱하게 굳은 사람은 남을 노하게 하거나 불화만 만든다"고 말했다.

한 번은 서울에 있는 선배와 저녁을 먹는데 소의 혀로 만든 요리가 나왔다. 그 선배가 혀 요리를 보면서 "대구 사람들은 혀가 딱딱해 치료하기 힘든 반면 서울 사람들은 혀가 부드러워 치료하기 좋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진짜로 '혀가 딱딱해서 치료하는데 방해가 되나?'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말투가 무뚝뚝하고 딱딱하다는 것을 요리에 빗대어 말한 것이었다.

가을은 운동하기 좋은 계절이다. 올가을에 새롭고 참신한 운동을 해볼까 한다. 딱딱해진 혀를 부드럽게 풀어주는 운동 말이다.

장성용 민들레치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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