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정보가 쏟아지고 있다. 특히 최근 상급 학교 진학과 관련된 정보들이 속속 공개되면서 사회적 관심사가 되는 일이 잦다. 하지만 학생, 학부모들은 지금까지 누려보지 못했던 정보 홍수 속에서 오히려 더 답답해 하고 있다. 누구도 자세히 설명해주지 않을 뿐더러 나에게, 내 자녀에게 어떤 정보가 쓸모있는지 가르쳐주는 이도 없다.
하이스터디에서는 이번 주부터 다양한 교육 정보 가운데 학생, 학부모들이 반드시 챙겨봐야 할 내용들을 추려 알기 쉽게 설명하고 정보의 이면을 분석하는 '김재경 기자의 파워브리핑' 코너를 신설한다.
고교들 차이 어떻게 알아보나
◆특목고·자사고 강세 심화
몇 년 사이 고교들의 학력 차이가 두드러지고 있다. 과학고와 외국어고 등 특목고는 설립 목적 자체가 수학, 과학, 외국어 우수 인재를 선발해 육성하는 것이지만 수능시험과 대학 진학 등에서 일반고와의 격차가 너무 크다. 자립형 사립고 역시 설립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괄목할 만한 결과를 거두고 있다. 전체 교육시스템을 바꾸지 않는 한 이들 학교의 상위권 차지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2005~2009년 사이 수능시험 결과는 격차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일반고의 경우 언어영역 1등급(상위 4% 기준)과 2등급(7%) 비율이 10% 안팎에 머물렀지만 특목고와 자사고는 47%안팎이었다. 외국어는 특목고와 자사고 1, 2등급 비율이 60%에 가까운 데 비해 일반고는 10% 언저리였다. 수리 영역 역시 특목고와 자사고가 일반고에 비해 4, 5배 많은 1, 2등급 비율을 보였다.
대학 진학 결과 역시 마찬가지다. 2009학년도 서울대 입학생 가운데 24.3%가 특목고 출신으로 1999학년도 13.9%에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정원의 약 30%를 내신 위주의 지역균형선발전형으로 뽑고 정시모집에서도 내신 비중이 큰 점을 감안하면 각종 특별전형은 사실상 특목고 출신들을 위한 전형인 셈이다.
◆그들이 강한 이유
입학생 자체가 우수해서 결과가 좋다는 건 당연한 얘기다. 게다가 특목고의 경우 수학, 과학, 외국어를 집중 이수해 일반고 학생들이 따라잡기 힘든 실적을 내기 때문에 특별전형에서 압도적 우위를 보일 수밖에 없다. 자사고는 입학 때부터 진학하려는 대학과 학과를 사실상 결정하고 거기에 맞춰 3년간 준비하는 형태로 교육과정이 운영된다. 1학년 때는 일반고처럼 국민공통교육과정을 이수하지만 2학년이 되면 지망 대학·학과가 요구하는 조건에 맞추기 위해 맞춤형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학력뿐만 아니라 탐구활동, 동아리활동, 인증시험, 수상경력 등을 다양하게 쌓는다. 우수 자원을 맞춤형으로 만들어주는 데 뽑지 않을 대학은 드물다.
또 하나 간과할 수 없는 점은 내부 경쟁이다. 특목고와 자사고 모두 비슷한 수준의 학생들끼리 모인 데다 면학 분위기가 잘 잡혀 있어 경쟁은 엄청나게 뜨겁다. 학교 시험에서 한 문제만 틀려도 석차가 크게 벌어지는 상황에서는 누구나 긴장할 수밖에 없다. 상위권 대학들이 특별전형 비중을 높이고 내신 영향력을 줄이려 애쓰는 이유가 특목고와 자사고 출신을 더 많이 뽑기 위해서라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다.
◆학교 시험 표준편차를 보라
교육과학기술부의 학교 정보 공시 사이트 '학교 알리미'(www.schoolinfo.go.kr)는 별다른 내용이 없는 것으로 취급받지만 유심히 들여다보면 학교 내부의 경쟁 상태를 짐작할 수 있다. 상세정보 가운데 학업 성취도-학년별 교과별 성적사항을 클릭하면 그 학교의 학년별 교과별 시험 성적이 뜬다. 여기에는 평균과 표준편차가 제시되는데 각기 의미가 다르다. 평균은 그 과목 시험을 치른 학생들의 점수를 평균한 것이다. 학교에 따라 시험의 난이도가 다르기 때문에 학교 간 비교는 무의미하다.
표준편차가 눈여겨볼 수치다. 표준편차는 학생들의 성적이 평균점수를 기준으로 어떻게 분포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전체 학생들의 수준이 비슷하고 경쟁이 치열하면 평균점수 부근에 많은 학생이 몰려 있을 수밖에 없고 상위권과 하위권 차이도 작다. 내부 수준 차가 큰 학교는 표준편차도 그만큼 크다.
예컨대 대구과학고 3학년생들의 1학기 표준편차는 국어 작문 6.6, 영어 9.9, 수학 11.3이다. 대구외국어고 영어과 3학년생들은 국어 작문 5.9, 영어 4과목 8.9~12.7, 수학 14.3이다. 대체로 10점 이내의 편차를 보인다.
이에 비해 대구 한 일반계고 3학년생들은 국어 4개 과목 표준편차가 16점대, 영어가 23점대, 수학 3과목이 20점 안팎을 나타냈다. 경북의 한 일반계고 3학년생들은 국어 15점대, 영어 17점대, 수학 3과목 20점대를 기록했다.
◆일반고 사이에도 차이가 있다
학교 내 경쟁과 면학 분위기는 일반고에서도 각기 다른 표준편차를 보인다. 대구에서 상대적으로 나은 대학입시 결과를 보이는 수성구도 마찬가지다. 한 고교는 3학년생들의 과목별 표준편차가 국어 10점대, 영어 17점대, 수학 20점 안팎으로 나타났지만, 또 다른 고교는 국어 18점, 영어와 수학 모두 20점대 중반을 기록했다. 표준편차가 학교의 수준과 경쟁 상태를 정확하게 보여주는 건 아니지만 전체적인 경향은 파악할 수 있다.
2010학년도부터 대구의 고교 신입생들은 학교 선택의 기회가 커진다. 대구시 교육청은 대구 전 지역-학군 내-거주지 인근 등 여러 단계로 선택권을 주는 방안을 사실상 확정했다. 학교를 선택할 때 막연한 소문이나 과거의 입시 결과 등에 얽매이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졸업생들의 4년제 대학 진학률, 현재 재학생들의 경쟁 상태와 수준 차이 등을 꼼꼼하게 따져서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학교를 찾아 지원해야 한다. 표준편차가 작은 학교는 경쟁이 치열하고 수준 차이가 적어 전반적인 학력을 올릴 수 있지만 한 번의 실수로 성적에 큰 차이가 나기 때문에 내신 관리가 그만큼 어렵다. 적어도 이런 정도의 판단 근거를 갖고 어느 학교를 선택할지 고민하는 게 바람직하다.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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