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들이 학교알리미를 통해 제공하는 정보 가운데 학생, 학부모들이 가장 솔깃해하는 것은 졸업생 진로 정보다. 4년제 대학에는 얼마나 진학했는지, 전문계고라면 대학 진학과 취업의 비율이 어떠한지 등을 손쉽게 학교 간 차이를 비교할 수 있는 지표로 여긴다. 하지만 현재 학교알리미에 올라온 정보는 너무나 미흡해 오히려 결과를 왜곡하기 쉽다는 지적이 많다.
이달 초 한국교육개발원 홈페이지에 올라온 연구보고서 '고등학교별 대학진학률 차이와 그 의미'(연구책임자 류방란, 김성식)는 현행 대학진학률 공시방식의 문제를 자세히 보여주고 있다.
연구에 따르면 학교알리미를 통해 고교별 대학진학률을 비교하는 것은 가능하다. 대구의 어떤 학교가 4년제 대학에 졸업생의 몇%를, 전문대학에 몇%를 진학시켰는지 단순 비교하는 일은 누구나 해볼 수 있다. 그러나 대학진학률이 높다고 그 학교에 입학했을 때 원하는 대학에 갈 가능성이 그만큼 커지는 건 아니다. 대학 진학의 결과에는 단순히 이전의 진학률이 아니라 재학생의 성취 수준, 가정배경, 해당 고교의 대학 지원 경향 등 다양한 요인이 개입하기 때문이다.
연구에서는 2003년에 고교 2학년이었던 전국 189개 고교의 9천391명을 대상으로 분석했다. 전문대학까지 포함한 이들의 대학진학률 평균은 78.2%였다. 상위권 대학(서울대, 연·고대, 카이스트, 포스텍, 전국의 의·치·한의대) 진학률 평균은 4.5%였고, 서울의 4년제 대학을 포함하면 13.3%였다. 지방 4년제 대학 진학 비율은 평균 40.4%, 전문대학은 24.5%로 나타났다.
하지만 평균과 고교별 진학률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표에서 학교별 차이를 보여주는 표준편차와 최대값을 눈여겨볼 만하다. 상위권 대학 평균 진학률이 4.5%인데 학교에 따라서는 85.7%까지 진학시킨 곳도 있다. 서울 4년제 대학까지 포함한 평균은 13.3%이지만 가장 성적이 좋았던 학교는 90.6%까지 진학시켰다. 고교 간 질적 차이를 말한다.
표 역시 흥미롭다. 대학진학률만 봐서는 알 수 없는 평균 성적이 상위 대학으로 갈수록 확연히 드러나는 것이다. 전문대학을 포함한 대학진학률은 평균 성적 상위 학교에 비해 오히려 중위 학교가 높은데 상위권 대학 진학률에서는 14.1%와 1.2%로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지역별 진학 현황을 보여주는 표도 음미해볼 필요가 있다. 전문대학을 포함한 대학 진학률은 중소도시와 읍면 단위 고교들도 높은 편이지만 상위 대학으로 갈수록 서울, 광역시와 격차가 커짐을 알 수 있다. 단, 서울 4년제와 지방 4년제 진학률은 지리적 조건 때문에 대학을 선택하는 경우가 적지 않음을 감안하면 의미는 작다.
여기에 학교별로 다른 교육 특성, 그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의 가정배경 등의 요소까지 작용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학교알리미에 공개하는 대학진학률은 보다 많은 변수, 참조 수치, 비교 자료 등을 함께 보여줄 때 학생, 학부모들의 올바른 판단을 끌어낼 수 있다. 갈수록 다양해지는 고교 유형과 확대되는 고교 선택권을 고려할 때 학교알리미 보완은 한시가 급한 일이다.
김재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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