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텔레비전에서 이산가족들이 금강산에서 상봉하는 장면을 시청하면서 하나같이 마르고 나이에 비해 연로해 보이는 북측 사람들이 내가 2년 전 여름에 북한을 방문했던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한 봉사단체를 통해 평양을 비롯해 북한의 몇 곳을 방문한 당시의 북한의 실상을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편치 않다.
처음 평양 국제공항인 순안공항에 도착했을 때 두려움보다는 같은 민족이 사는 금단의 땅에 왔다는 사실로 인해 가슴이 벅차 올랐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누더기 같은 활주로와 보이는 것이라고는 옥수수 밭이 전부인 평양공항 주변을 보고 북한의 어려운 실상이 어렴풋이 짐작이 되었다.
평양 시내는 낡은 버스와 언제 고장 날지 모를 전차가 주 교통수단이고, 승용차는 간간이 보일 정도였다. 우리같이 외부에서 온 사람들이 다니는 길은 따로 있는데 마치 영화세트처럼 도로 앞면만 그럴듯하게 지어졌으나 그 뒷모습은 앞과는 많이 달랐다. 그리고 차가 다니는 큰 도로 이외는 포장이 안 되어 있어 비가 오는 날이면 장화를 신고 다니는 사람들이 옛날 내 초등학교 시절을 추억하게 하였다. 그리고 평양 시내는 가로등은 있으나 불이 들어오지 않아 밤에 간혹 공사하는 현장을 볼 때면 야간 공사에 조명은 당연히 없고 어릴 적 대한뉴스에서나 봤던 횃불로 어둠을 밝히며 윗옷을 벗고 가마니로 엮은 들것을 들고 작업하는 주민들의 모습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가슴을 저리게 했다. 평양이 이 정도니 농촌 지역은 더 심하다고 보면 된다.
평양 시내를 벗어나면 소위 우리나라의 고속도로에 해당되는 도로를 따라 길 양옆으로 논과 밭이 보이고, 옛날 강원도 산골 탄광촌을 연상하게 하는 집들은 야산이나 구릉지 뒤편으로 도로에서 보이지 않게 숨겨져 있었다. 그리고 조그마한 야산이나 구릉지에는 나무를 찾아 볼 수 없었는데 이는 워낙 식량이 부족하다 보니 먹는 데 도움이 안 되는 나무는 베어버리고 그 자리에 옥수수나 다른 곡식을 심었기 때문이라 생각될 정도로 온 야산이 밭으로 덮여 있었다. 그리고 시골 사람들은 교통 수단이 없어서 대부분 걸어다니거나 간혹 폐기 직전의 자전거를 타고 다녔는데, 사람들의 얼굴은 햇볕에 그을리고 야위어 무표정하고, 옷은 제대로 빨지 않은 듯 누렇게 색이 바랜 러닝셔츠나 남루한 남방을 입고 다녔으며 여자들은 작은 체구에 등에는 커다란 배낭 같은 등짐을 지고, 어디를 가는지 시골길을 하염없이 걸어가는 것이 목격되었다. 이 외에도 여러 가지 어려운 북한의 현실을 직접 눈으로 보면서 동시대의 동족이 살아가는 현실은 너무나 다른 세상이기에 방문 내내 눈물과 화가 났다.
김성국 경북대병원 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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