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병을 이기는 사람들…뇌종양 투병 아들 돌보는 김영희씨

10년간 세차례 머리수술…지금은 어엿한 대학생

김영희 아사모 회장은 난치병 아이를 둔 부모들은 긍정적인 자세를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영희 아사모 회장은 난치병 아이를 둔 부모들은 긍정적인 자세를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지난달 30일 영남대병원 어린이병원학교에서는 훈훈한 행사가 열렸다. '아이를 사랑하는 부모 모임(아사모)'이 바자회를 통해 모은 수익금 250만원을 난치병 어린이 4명에게 전달했다. 아사모는 영남대병원에서 난치병으로 치료중이거나 치료받았던 환자의 가족 모임이다.

이 모임 회장인 김영희(47)씨도 아들과 함께 뇌종양과 싸우고 있다. 김씨의 아들은 1998년 12월 뇌종양 진단을 받았다.

"30세에 낳은 귀한 아들이었습니다. 튼튼했던 아들이 뇌종양 진단을 받았을 때는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것 같았습니다."

이후 10년간 엄마와 아들의 투병은 계속됐다. 아들은 종양제거를 위해 머리 수술을 세번 받았으며, 패혈증에 걸려 피부이식 수술도 했다. 김씨는 경제적·육체적으로 너무 힘들었다고 했다. 우울증을 겪기도 했다. 수술비 등 경제적 부담도 만만찮았다. 처음 중환자실에 20일간 입원했을 때는 병원비가 2천만원이나 나왔다고 한다. 김씨는 "입원비와 수술비로 아파트 한 채 값은 들어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가 가장 고생했던 것은 혈소판을 구하는 일이었다. 헌혈해 주는 사람을 찾기 위해 병원 주변 대학교와 경찰서 등 관공서를 돌아다니며 사람들에게 매달렸다. 한달에 15명 정도의 혈액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흔쾌히 응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냉정하게 뿌리치는 사람이 더 많았다.

"정말 많이 울었습니다. 뿌리치는 사람을 탓할 수는 없었죠. 하지만 아들을 위해서는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아들을 살리기 위해 더 힘을 냈습니다."

김씨의 노력으로 아들은 후유증이 있지만 어엿한 대학생으로 자랐다. 하지만 김씨와 아들의 투병은 끝나지 않았다. 다른 사람에 비해 행동과 말이 느리고 사고력과 인지력이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일반인과 달리 아들은 즉각적인 반응이 힘들다고 했다. 아들은 현재 '모야모야병' 진단을 받았다. 올 겨울에는 다시 한번 수술을 받아야 한다.

"아들이 힘든 투병생활을 잘 참았습니다. 짓궂은 아이들의 놀림에 시달리고 수업을 제대로 받을 수 없어 학교에서 항상 꼴찌를 했습니다. 아들에게 스트레스를 받지 말라고 했습니다. 대신 책을 많이 읽도록 도와줬습니다."

김씨는 난치병 환자 부모들에게 긍정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부모도 힘들겠지만 긍정적인 마음으로 완치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야 합니다. 아픈 아이 앞에서 부모가 불안해 하면 안 됩니다. 아이가 부모를 믿을 수 있게 해야 합니다."

김씨는 난치병 자녀 부모들의 고민으로 교육문제를 꼽았다. 치료 때문에 학교에 갈 수 없는 데다 공부도 제대로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씨의 아들도 1년 동안 학교에 나가지 못해 한 학년을 유급할 수밖에 없었다. 김씨는 난치병 아이들 대부분이 공부를 포기한다고 했다. 성적이 좋지 않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심장·신장·간 장애 등 만성질환으로 3개월 이상 장기입원 또는 통원치료를 받는 아이들은 '건강장애학생'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건강장애는 신체장애와 달리 대학 특례입학 혜택이 없다.

김씨는 "아들이 고등학교 때는 꼴찌였지만 지금은 대학 교수들에게 칭찬을 받고 있다"면서 "난치병 아이들이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수 있도록 특례입학제도와 부족한 공부를 보충할 수 있는 길이 많아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오랜 치료로 공부를 제대로 하지 못한 아이들을 위해 교육 및 사회적응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경기가 어렵지만 주위에 난치병 어린이가 있다면 정신적·경제적으로 도움을 줬으면 좋겠습니다."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