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기정과 석주명.
일제강점기 때 일본인들이 부러워한 조선인은 두 명뿐이었다. 마라토너 손기정은 모르는 사람이 없지만 나비학자 석주명(石宙明'1908~1950)은 아직도 무명이나 다름없다.
1941년 일본 방문 때 마이니치(每日)신문에는 '세계적인 나비학자 도쿄에 오다'는 큼직한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대영박물관보다 나비 표본이 더 많아 세계 제일이라고 일컬어지는 개성 송도중학 박물학교실 책임자 석주명씨가 1년 전 펴낸 영문판 '조선산 나비 총목록'은 세계 학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일본인 학자들이 조선의 나비를 844종으로 분류했지만 이 책에서 248종으로 바로잡았다. 평생 나비밖에 몰랐고 연구할 시간이 아까워 밥 대신 땅콩으로 때울 정도였다. 제주방언집과 에스페란토 교과서를 쓸 정도로 언어학에도 경지를 이뤘다.
한국전쟁은 모든 것을 앗아갔다. 1950년 9월 말 서울 국립과학관이 폭격을 받아 20여년간 채집한 75만마리의 나비 표본이 불탔고 열흘 뒤인 오늘, 인민군으로 오인한 국군에게 총살당했다. 오랫동안 이름이 잊혀졌다가 1984년 '평전 석주명'이 나오면서 비로소 알려지기 시작했다.
박병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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