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교과교실제' 전면시행 '성광고'에 가보니

학생도 교사도 "수업 집중도 높아졌어요"

지난달 28일 오후 4시 대구 북구 성광고. 정규수업이 끝나자 학생들이 부지런히 짐을 싸고 있었다. 이 학교가 방과후 교실의 하나로 운영하는 교과 교실제 수업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복도는 금세 쏟아져 나온 학생들로 북적였다. 2층 수학연습실. 수업을 받기 위해 학생들이 하나둘 들어왔다. 교실 벽에는 각종 수학 과제물이 붙어 있다. 눈길이 가는 곳이면 어디든 수학 관련 자료들이 빼곡하다. 수업은 90분. 마침종이 울리자 학생들은 교과서와 필통을 챙겨 다시 교실을 나섰다. 서로 다른 반에서 수업을 듣던 학생이 복도에서 만나 함께 다음 수업 교실로 발길을 돌렸다. 학생들이 교실에서 교사들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교사가 있는 교실로 찾아가 수업을 받는 방식들이다. TV를 통해 보아왔던 미국 중등학교나 우리나라 대학교 수업풍경을 닮았다.

'학교 자율화'가 교육현장의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대구 성광고의 교과 교실제가 주목받고 있다. 이 학교는 올해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교과 교실제' 전면 시행학교로 선정돼 교실 변화를 선도하고 있다.

성광고가 교과 교실제를 준비한 건 이미 10여년 전부터다. '교수·학습 방법을 바꿔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낀 학교 측은 교과 교실제를 서서히 준비해왔고 2007년부터 방과후 수업을 중심으로 교과 교실제를 부분 운영했다. 그런던 중 정부가 교과 교실제 전면 추진정책을 발표했고 학교 측은 쾌재를 불렀다.

박상택 교장은 "교과부에서 교과 교실제를 도입한다는 얘기를 듣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학교가 10년 전부터 지향하고 노력해온 내용과 너무나 일치했고 부족한 점을 제도적으로 보완할 수 있다는 기대가 생겼다"고 했다. 이 같은 노력 덕에 성광고는 올해 대구에서 교과 교실제 전면시행학교로 선정, 그동안 미흡했던 부분을 채울 수 있게 됐다.

선정과 동시에 학교 측은 제도 정착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였다. 우선 교무실에서 책상을 뺐다. 교사들이 행정직원처럼 교무실에 머물지 말고 '교실에서 아이들 곁에 있으라'는 의미였다. 일부 교사들이 반발했다. 그러나 업무를 줄이겠다는 말로 설득에 나섰다. 이어 1교사 1교실제를 도입했다. 모든 교사에게 교실 1곳을 배정해 수업의 집중도를 높이자는 취지였다.

이 같은 변화는 교수방법, 학생들의 수업태도 등 학교 전체에 변화를 몰고 왔다. 학생들은 "교실을 이동하는 게 불편하긴 해도 보통 수업보다 훨씬 재미있다"고 좋아했다. 교과 교실제를 반대하던 교사들도 "교실로 학습자료나 도구를 챙겨가야 할 경우 준비에 몇 분이 걸려 수업 분위기를 망치는 때가 종종 있었지만 교과교실제 시행으로 시간을 절약할 수 있게 됐다"며 효과에 대해 공감하기 시작했다.

생활지도가 소홀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기우에 불과했다. 생활지도 강화를 위해 학교 곳곳에 CCTV를 설치해 학생들이 이동하는 동안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막았다. 김병화 교무부장은 "당초 우려와 달리 교실마다 교사가 상주하면서 학생들이 생활하는 곳에 언제나 교사들이 존재하게 됐다"며 "예전보다 오히려 생활지도가 용이해졌다"고 했다.

'우열반 형태로 변질될 것'이란 학부모들의 걱정도 사라졌다. 주요 과목 수업의 교실 선택권을 학생들 스스로에게 맡겼기 때문이다. 참여하고 싶은 과목 수업을 수준에 관계없이 들을 수 있는 대신 역부족이라고 느낄 경우 다른 수준의 교실을 스스로 찾게 하는 방식이다.

박 교장은 "교실이 바뀌어야 교육이 바뀐다는 교육철학에 맞게 교과 교실제 정착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 창의성과 경쟁력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겠다"고 했다.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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