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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학의 시와 함께] 「서흥김씨 내간」/ 이동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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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구주로 돈벌러 가서

남의 땅 부두에서 등짐 지고 모은 품삯

돌아와 한밭보에 논마지기 장만하고

하루종일 축대쌓기를 낙으로 삼던 네 아비

아직도 근력좋게 잘 계시느냐

우리가 살던 지동댁 그 빈 집터에

앵두꽃은 피어서 흐드러지고

네가 태어난 산골에 봄이 왔구나

아이구 피난 피난 말도 말아라

대포소리 기관포소리 말도 말아라

우리 모자가 함께 흘린 그해의 땀방울들이

지금 이 나라의 산수유꽃으로 피어나서

그 향내 바람에 실려와 잠든 나를 깨우니

출아 출아 내 늬가 보고접어 못 견디겠다

행여나 자란 너를 만난다 한들

네가 이 어미를 몰라보면 어떻게 할꼬

무덤 속에서 어미 쓰노라

시가 주는 느낌은 음악이나 미술과 비슷하다. 텍스트가 기호화 되었을 때의 추상성이 그렇다. 하지만 시에서 서사적 고양도 있다. 이동순의 「서흥김씨 내간」이 그 대표적 예이다. 내간이란 원래 여인들의 한글 서신이 아닌가. 시의 형식은 저승의 어머니가 이승의 자식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이다. 조근조근 어머니가 아이들에게 일러주듯 속삭이듯 입말의 편지이다. 몇 번 읽어보면 어머니의 실루엣이 떠오르고 이젠 어른이 된 아이의 모습이 겹쳐지면서 익숙한 풍경이 펼쳐진다. 햇살 맑은 툇마루에서 곱게 차려입은 중년의 어머니가 훌쩍 자란 자식을 대견하게 바라보는 눈매 고운 정겨운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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