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대형소매점 지역 기여도 늘려야 한다

대구시의회가 내년부터 대형소매점에 대한 교통부담금을 전국 최고 수준으로 높이겠다고 한다. 조례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김충환 시의원에 따르면 대형소매점의 도심 신규 진입을 억제하고 승용차 이용억제를 위한 목적이라는 것이다. 교통부담금을 올해보다 33%나 올리겠다고 했지만 대형소매점 1곳에 부과되는 액수는 1년에 1억2천여만 원 정도다.

시의회가 오죽했으면 대형소매점에 대한 교통부담금 인상을 들고 나왔겠는가. 그 근원은 대형소매점의 지역 기여도가 너무나 미미하다는 여론 때문이다. 시의원들이 사회 환원 차원에서 교통부담금이라도 더 징수하겠다고 나선 것을 보면 대형소매점에 대한 원성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알 수 있다.

대형소매점 1곳이 들어서면 주위에 1천 개가 넘는 소규모 자영업체가 사라진다고 한다. 대구에만 17개의 대형소매점이 영업을 하면서 공룡처럼 영세업자를 집어삼키고 있는 게 현실이다. 통계청은 지난해 대구의 대형소매점 매출액이 무려 5조2천174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서울, 경기, 부산에 이어 네 번째이고 인구가 많은 인천보다 앞선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수익금은 서울 본사로 다 가져가고 종업원도 비정규직만 고용하는 악순환 구조를 갖고 있다.

과거 대구시장들이 대형소매점 입점을 놓고 자본 유치니 고용 창출이니 하는 말을 내뱉던 때가 있었다. 그 같은 분위기에 편승해 대형소매점이 하나 둘 늘기 시작, 이제는 더 들어올 수 없을 정도로 포화상태에 이르게 됐다. 2006년 대구시는 도심 4차 순환선 안에 대형소매점 입점을 막는 대책까지 내놓고도 동구 율하동에 롯데쇼핑플라자 허가를 내줬다. 대구시는 도로 하나를 사이에 놓고 4차 순환선 밖에 위치해 어쩔 수 없었다고 변명만 하고 있으니 정말 이해하지 못할 노릇이다. 중소업자에게는 온갖 간섭과 제재를 하면서도 대기업에는 '현행법상 문제 없다'며 어렵지 않게 허가를 내주는 대구시 태도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것이다.

대구시와 시의회는 대형소매점들에 대해 지금보다 좀 더 강하게 지역 기여도를 높여줄 것을 주문해야 한다. 대형소매점으로 피해를 보고 있는 영세업자의 보호장치를 더 마련해야 함은 물론이다. 대형소매점들도 지역경제에 보탬이 되는 경영을 해야 한다. 지금처럼 지역 상품 일부를 구매하는 데 그치지 말고 수익을 지역에 환원하고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한 것이다. 이미지를 높이는 기업이 살아남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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