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테이(26)는 변함이 없다. 느릿하고 여유로운 말투, 한결같은 음악성. 수년간 테이를 보아왔지만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별로 없다.
5.5집 신보 '더 샤인 2009'(The Shine 2009) 역시 테이 스타일이다. 무게감이 느껴지는 발라드에 중후한 음색. 딱 테이의 음반이다. 테이 역시 "발라드 장르를 벗어나지 않았으니까 변신하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일견 긍정하면서도 "발라드 장르 내에서 조금 더 발전한 모습을 봐 달라"고 주문했다.
이번 앨범은 빅마마 휘성 거미 원티드 등이 소속돼 있던 '엠보트' 대표 출신 박경진이 프로듀싱했다. 엠보트가 사라진 후 한동안 활동을 하지 않았던 박경진 프로듀서가 야심차게 준비한 앨범이 테이의 5.5집이다.
테이는 "처음 함께 하는 박경진 프로듀서와의 작업이 즐거웠다"며 "이번 음반에는 보컬리스트로만 참여했는데 박경진 프로듀서가 확고한 음악관을 제시해 따라가기가 편했다"고 전했다.
타이틀곡 '독설'은 그룹 '블루스프링' 멤버 김창락(예명 라온)이 작곡하고 박경진이 작사한 웅장한 느낌의 발라드곡이다. 화려한 현악기 사운드가 곡의 강렬함을 더했다. 밝은 느낌의 수록곡 '미스터 론리'(Mr. Lonely)는 테이가 출연한 SBS 드라마 '사랑은 아무나 하나'에 삽입되기 위해 만들어졌던 노래. 그러나 결국 드라마에는 나오지 않고 테이의 이번 음반에 실렸다.
테이는 스스로 작사 작곡 능력도 갖춘 뮤지션이다. 그러나 이번엔 철저하게 보컬리스트로만 참여했다. 그는 "드라마 촬영 일정 때문에 음반 작업에 참여하지 못했다. 다 차려놓은 밥상에 마이크 하나 얹어 놨다"고 너털웃음을 지으며 "가수로만 참여하는 것도 나름 재밌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테이는 지난 5집 앨범에서 라운지 음악 장르로 변화를 주려 했다. 그러나 노래까지 다 만들어 놓은 상황에서 계획을 급히 수정하고 발라드 음반을 내놨다. 이번 음반 역시 테이표 발라드 음반이다. 당시 만들어 놓은 음악의 행방을 물어보니 "집에서 혼자 잘 듣고 있다"며 "나중을 위해 지금은 혼자 즐기고 있다"고 했다.
노래는 잘하지만 밋밋한 느낌의 이 부드러운 가수는 그간 이렇다 할 스캔들도 없었다. 절친 나윤권과 커피숍에서 차를 마시고 수다를 떠는 게 낙이다. "요즘은 홍대로 진출했다. 술도 마신다"는 테이지만 술자리에서 그를 봤다는 얘기는 여전히 없다.
그가 노래 말고 요즘 조금 빠져들고 있는 분야는 연기다. SBS 주말극 '사랑은 아무나 하나'를 통해 연기자로 변신했던 그는 최근 후속작을 찍었다.
테이는 한류스타를 주연으로 내세운 옴니버스 드라마 '슈퍼스타' 중 '러브 이즈 유'(Love is you) 편에 주연으로 등장했다. '맨발의 기봉이'를 연출한 권수경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탤런트 홍수현이 테이와 함께 출연했다.
'슈퍼스타'에는 테이 외에도 전진, SS501의 김형준, 손호영, 배슬기, 심은진, 안재모 등이 각각의 작품에 주연으로 등장한다. '사랑따윈 필요없어'의 이철하 감독, '복면달호'의 김현수 감독, '스승의 은혜'의 임대웅 감독 등이 각 편을 연출했다. 일본, 태국 등지에 판권 계약을 마쳤고 올 하반기 국내 지상파 방영도 계획하고 있다.
엔터테이너형 가수가 아닌, 공연형 가수인 테이의 연기자 외도는 퍽이나 낯설게 느껴졌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이제 막 시작한 연기가 꽤나 재미있는 모양이었다. 그는 "'사랑은 아무나 하나'에 출연할 때에는 연기를 하는 게 그리 탐탁지 않았다"면서도 "하지만 극이 후반부에 이르자 점점 재미가 생겼다. 연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연기의 매력에 빠진 요즘 심정을 전했다. 이어 "어쨌든 연예 활동 영역을 넓혔다는 점에서 연기를 한 것은 잘한 일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연기는 6년차 가수인 테이에게 삶의 활력소도 줬다. 큰 변화 없이 발라드곡만 불러온 테이의 삶에 연기는 신선한 자극제가 된 것이다. 그는 "가수 생활을 5, 6년 하다보니 모든 것이 익숙해져서 매너리즘에 빠졌는데 연기를 하면서 무언가 새롭게 해 나갈 수 있는 것을 찾게 돼 기분이 좋았다"며 "지난 작품에서는 대중들에게 연기력을 인정받자는 생각보다 내가 얼마나 할 수 있는지를 시험하고 싶었다. 그런데 다행히 드라마 관계자들이 나쁜 평가는 하지 않아 기분이 좋았다"고 털어놨다.
연기는 테이의 팬층이 넓어지는 데에도 일조했다. '가수' 테이의 20, 30대 팬에 '연기자' 테이의 40대 이상 팬들이 가세했다. 그는 "중년 팬들은 내 본업이 가수인 줄 모르는 사람도 있다"며 웃음을 지었다.
노래와 막 시작한 연기밖에 모르는 이 가수는 조만간 공연을 한다. 10월 16일부터 18일까지 서울 이화여고 100주년 기념관에서 '커피프린스 소극장 1호점'을 여는 것. 그가 평소 즐겨 가는 커피숍의 분위기처럼 아늑하고 따뜻한 콘서트가 될 것이란 게 테이의 설명이다. 이어 지방에서도 공연을 펼친다. 테이에겐 음악과 연기가 요즘 삶의 전부인 듯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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