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200~300km로 달리는 멋진 자동차들과 그 속도감을 즐기는 관중들, 덤으로 잘 생긴 남자 연예인 레이서와 늘씬한 레이싱 걸'.
카 레이싱의 묘미가 아닐까. 이에 더해 '1등 예상 - 난 파란색 카, 넌 흰색 카 등', 가벼운 내기를 곁들여도 좋겠다. 밥이나 커피 또는 아이스크림을 걸고. 가족단위로 오면 더 좋다. 카 레이싱을 즐기면서 소풍온 듯 인근에서 식사를 하면 하루 나들이로서도 딱 좋다. 특히 자동차를 좋아하는 아이가 있다면 금상첨화.
이런 문화가 소득 2만불안팎의 대한민국에도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태백레이싱파크에서는 연중 레이싱이 열리며 류시원, 안재모, 이세창, 김진표 등의 연예인들이 팬들을 몰고 다니고 있다. 용인 스피드웨이와 창원 F3 경기장 등도 상설 경기장으로서 역할을 하며 카 레이싱을 즐기는 마니아들의 위한 좋은 무대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용인 스피드웨이는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한 번씩 카 레이싱을 즐기는 곳으로 더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대구·경북지역 역시 자동차 부품공장도 많고 레이싱 문화를 즐기고자 하는 저변도 넓다. 수년 전 경북 영천 인근에 레이싱파크를 짓자는 움직임도 있었으나 이제는 사그라지고, 그 누구도 카 레이싱 문화를 지역에 심어야한다고 강하게 주장하는 이도 찾아보기 힘들다. 국내·외 경기는 어렵지만 이는 미래를 위한 투자이고 지역민이 보다 더 다채로운 레저문화를 즐기도록 밑바탕을 마련해주는 것이기에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 대구·경북도 멋진 레이싱파크를 짓자는 움직임이 있기를 기대해본다.
◆강원도 태백레이싱파크 '씽씽'
대구에서 경북 안동을 거쳐 영주·봉화를 지나 3시간 남짓 달리면 강원도 태백레이싱파크에 도달하게 된다. 고속도로가 아닌 굽이굽이 길이지만 새로운 카 레이싱 문화를 접하는데 드는 비용이라 생각하면 되겠다. 입장료는 외국에 비해 비교적 싼 편. 일반은 1만원, 학생·군인은 5천원, 강원도민은 3천만 내면 된다. 때마침 11일에는 올해를 결산하는 'CJO SUPER RACE' 결승전이 열리는 날이었다.
일본 관광객을 포함해 1천여명이 경기장을 찾았다. 가족 단위 또는 외국인 단체, 자동차 동호인, 연예인 팬클럽 등 다양한 형태의 관람객들이 관중석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경북 안동 출신의 레이서이자 한류열풍의 주역인 류시원씨는 일본 관광객 수십명을 몰고 다녔다. 영화배우이자 탤런트인 이화선씨도 홍일점으로 분위기를 한층 '업(Up)' 시켰다.
각 레이스 팀별 응원단은 그 팀의 유니폼 색깔에 맞춰 응원 티셔츠와 풍선 등을 준비해 조직적·열정적으로 응원했다. 시쳇말로 '쭉쭉빵빵' 레이싱 걸들은 이들에게 더욱 흥을 돋웠다. 한 방송사에는 생중계를 했으며, 일부는 해외 언론에서도 프레스 룸에 상주하며 취재했다.
강원도 원주에서 왔다는 이후원(38·회사원)씨는 "여섯 살 아들이 워낙 차를 워낙 좋아해 놀기삼아 왔는데 생각보다 더 즐거운 것 같다"며 "앞으로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박진감 넘치는 카 레이싱을 즐기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데이트 삼아 온 양수진(27·경기도 용인시)씨는 "남자친구 때문에 따라왔는데 평소 보기 힘들었던 연예인도 보고 멋진 스포츠카를 보니 기분이 정말 상쾌해졌다"며 좋아했다.
태백레이싱파크 관계자는 "초창기에는 지역 주민들이 많이 찾았으나 요즘은 전국에서 그리고 일본·중국 등 해외에서도 레이싱을 보기 위해 온다"며 "앞으로 카 레이싱 문화를 즐기는 저변이 더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결선레이스 최고 클래스인 '슈퍼 6000'에서는 김의수(CJ 레이싱) 선수가 우승을 차지했으며, 상금 2천500만원을 받았다. 류시원, 안재모, 김진표 등 연예인 레이서들은 '슈퍼 3800'에 참가했으며, 홍일점 이화선씨는 '슈퍼 1600' 5전에서 2위라는 좋은 성적을 올린 바 있다.
◆대구·경북에도 레이싱파크 '고고'
F1은 이미 물건너갔다. 전남 영암이 이미 5년 전에 선점해 내년부터 그 꽃을 피운다. F1 지원법도 통과돼 이미 혜택은 영암이 다 누리게 돼 있다. 하지만 전남 F1대회 준비기획단 관계자는 "대구·경북에도 충청도에도 지역민들이 즐길 수 있는 레이싱파크가 건설된다면 전국적으로 시너적 효과를 일으켜 F1 대회에서 한국의 위상을 더 높일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경남 창원은 일찌감치 자동차 경주에 대한 눈을 뜨고, 관광진흥 및 자동차 산업발전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고자 1999년부터 F3 경기를 개최했다. 창원의 F3 경기장은 코스길이 3.014km, 폭 10~16m, 스탠드 관람석 7천여석 규모다. 하지만 이후 F3 대회를 매년 개최하는데 여러 가지 문제점도 생겨났지만 대학생 자작 자동차 경주대회, 튜닝카 경연대회 등 다양한 형식으로 카 레이싱 문화를 이어가고 있다.
용인스피드웨이의 가장 큰 장점은 서울과 가까운 수도권이라는 점. 스피드웨이는 올해 보수공사에 들어가면서 'CJO SUPER RACE'가 태백레이싱파크에서 열렸지만 내년에는 다시 용인에서 열리게 돼 참석인원면에서 더 크게 흥행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류시원씨가 올해 모터스포츠 사업 첫발을 디뎌, 자신의 팀을 창단했다. 팀명은 자신의 생일 10월 6일에서 따온 '팀 106'으로 정했다.
현재 타 지역에서도 레이싱파크를 짓고 있거나 지으려는 계획은 적잖다. 대구·경북도 늦었지만 발을 디뎌 놓아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놀이 및 레저문화가 없다는 대구에 카 레이싱은 시행착오를 겪더라고 하루빨리 입성해야 할 것이다.
이에 대해 대구시 한 관계자는 "대구도 여러모로 활력을 찾으려고 하고 있는데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며 "동호회도 활성화되고 민간 차원에서 큰 움직임이 있다면 대구시장도 검토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태백에서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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